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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웅 Nov 27. 2023

드디어 나도 월급쟁이가 되었다

CS고객센터 팀원으로 첫 회사 생활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를 표현하자면 하얀 도화지 같았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 

면접 합격 통보를 받은 후 나는 인터넷에 CS 고객센터가 어떤 업무인지 검색하여 찾아봐도 전화업무라는 것 외에는 그렇다 할 정보를 얻지 못했다. 주변에도 이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전혀 감도 잡지 못했다.  

 혼자서 계속 찾아보는 것보다는 출근해서 하루라도 빨리 업무에 익숙해지는 게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입사날짜를 기다린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고 대망의 나의 첫 회사생활이 시작이 되었다. 

처음 보는 직원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고 바로 팀장님의 1:1 업무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건 전화기와 컴퓨터 그리고 처음 얻게 된 내 자리의 pc화면에는 CS업무 스크립트가 띄워져 있었다. 모든 게 새로웠던 나는 팀장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쫑긋하며 교육에 집중했다. 

배울 것이 많았지만 우선 크게 나눠서 업무 시트, 병원 전산 프로그램, 유선 응대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이 중 특히 병원 전산 프로그램을 익히는 것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업무 시트 활용 방법.

이 시트는 CS팀과 협업부서 간의 업무상 공유되는 시트였기에 정확한 상담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떤 인입 사유로 상담이 이루어졌는지를 정확히 기재해야 했다. 인입별 분류에 따라 CS응대 분석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상담내용을 구글 시트에 분류별로 잘 요약하여 작성하는 방법과 부서별 응대 스크립트 위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병원 전산과 관련된 프로그램 교육.

환자의 정보, 차트 기록, 수납 기록, 예약 기록 등 다양한 병원 관련 업무에 대해 교육을 받았는데 이 과정이 습득하기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업무였다. 병원은 다녀보기만 했지 내가 환자의 정보를 검색하며 어떠한 약을 처방받았는지 등의 자료를 찾아보는 것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CS팀에서 유선으로 환자의 결제를 직접 받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 문의가 인입이 되었을 경우에는 정확한 상담이 필요했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교육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유선응대 교육을 받았다. 유선 고객 인입 루트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아웃바운드(outbound)와 인바운드(inbound) 업무로 나뉜다. 아웃바운드는 고객센터에서 환자 또는 고객에게 먼저 전화를 하는 업무이고, 인바운드는 환자 또는 고객이 고객센터에 먼저 연락하여 상담사와 통화연결을 하는 것인데   

그중 아웃바운드 업무를 먼저 시작했다.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예약을 확인하는 아웃바운드 업무 중에서도 제일 간단한 업무였는데 몇 십 번을 연습해 본 인사말부터가 입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00 병원 고객센터입니다~” 이 짧은 단어가 좀처럼 뱉어지질 않는 것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 어색한지 아니면 실수할까 봐 그런 건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아마 두 개 다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첫날 아웃바운드 업무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다른 업무에 대해 교육을 더 받았었다. 둘째 날에는 전화업무를 꼭 하고 싶었기에 퇴근길에 부모님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연습을 해 본 기억이 난다. 고객에게 전화하는 것처럼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첫날은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날 출근한 나는 전날과는 다르게 비교적 자신 있게 아웃바운드 전화업무를 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첫 전화를 무사히 끝내고 다음 전화부터는 무탈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전날 퇴근길에 연습을 한 덕분인지 첫날 말을 못 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아주 자신 있게 유선 응대를 하였고 팀장님의 칭찬 덕에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하지만 아웃바운드가 끝이 아닌 인바운드(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는) 업무도 해야 했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이 다시 또 시작이 되었다. 


우리 회사의 유선 업무내용은 단순히 병원 관련 문의뿐만이 아니었다.

병원과 건강기능식품 온라인몰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고, 이 중 병원 관련 콜 업무량이 80%를 차지했다.

고객센터에 전화가 인입이 되면 우선 첫인사말과 함께 고객의 정보를 더블 체크 해야 했다. 고객이 말씀하신 정보가 병원전산과 온라인몰 회원 정보에 입력이 되어있는지 확인 후 응대가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지 않고 바로 응대를 한다면 정보 누락 또는 오안내가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시트에 회원정보 작성이 끝나면 문의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상담내역을 정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요약하여 업무시트에 작성하여야 한다. 당시만 해도 우리 팀의 전화기는 녹취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담내역을 본인의 어중간한 기억이 아닌 고객과 나눈 대화내용으로 정확히 기재해야 했다. 

그래야 다른 팀원이 추후 동일한 고객과 연결되었을 경우 두 번 체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의 특성상 몸이나 마음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았기에 하소연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면 통화시간이 30분 넘게 이어질 때도 간혹 있었는데 이때가 가장 곤혹스러웠다.

빠르게 많은 콜을 받는 게 CS업무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데 이런 경우에는 한 콜을 장시간 응대하느라 다른 콜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상담사에게 욕설이나 폭언을 하지 않는 이상 선종료를 하는 것은 불가하기 때문이다. 


하염없이 환자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공감해 준 덕분에 나의 MBTI는 T에서 F로 변해버렸다.. 


CS팀의 인원충원이 필요했다. 


우리 팀의 초창기 인원은 나와 팀장님 2명이 전부였다. 

하루에 100건이 넘는 업무량을 2명이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벨소리는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항상 바빴다. 유일한 휴식시간은 점심시간뿐이었는데 꼭 매일같이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직전에 맞춰 전화를 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 시기가 업무를 가장 빨리 배울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생각이 든다. 짧은 교육기간이 끝나고 바로 실전에 투입이 되었기에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었고 모르는 것이 있어도 팀장님에게 물어볼 시간 따위는 나에게 사치였다. 혼자서 강하게 커야 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하였다. 나의 기억하는 뇌용량이 넉넉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무작정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 업무 중 실수하는 부분이 생기면 잊지 않게 바로바로 기록해 두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자주 써야 하는 멘트나 비밀번호는 포스트잇으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덕지덕지 붙여두었다. 덕분에 모니터는 항상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일같이 나는 여유 있게 출근을 하여 어제 메모장에 써놨던 나의 실수를 한번 더 리마인드 시키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름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곤 했다. 


하루 평균 150 콜을 팀장님과 나 두 사람이 처리해야 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많은 양의 콜을 2명이 처리를 해야 하니 업무 능력은 단시간에 올라가지만 매일을 하얗게 불태우니 체력이 남아나지를 않았다. 나는 팀장님에게 CS 지원자가 있는지 여쭤보는 게 하루일과 이기도 했다. 

이러한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졌는지 두 명의 신입사원이 입사를 한다고 해주었다. 

‘한 명도 아닌 동시에 두 명이나!?’

나는 마냥 이제 내 일이 줄어들겠구나라고만 생각했던 게 큰 오산이었다.

신입사원들에게 교육을 해주어야 했고 궁금한 게 있으면 내가 해결을 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일이 두배로 늘어나는 걸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나도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동료가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또다시 벨소리 굴레와 나를 찾는 신입사원들의 목소리가 합주가 되어 덕분에 쉴 틈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새로 온 지원자들의 업무능력이 좋아서 빠르게 업무에 적응을 해주었고 나도 금세 더 이상 교육을 안 해도 되었다. 인원이 늘어난 덕에 연차라는 것도 처음 써봤다. 본인의 업무에 대해 익숙해져 갈 때쯤 팀원 중 가장 먼저 수습기간이 끝나게 되었고 나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부팀장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팀장님이 대표님과 상의 끝에 나를 부관리자로서 권한을 주기로 한 것이다. 나는 너무나 의아했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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