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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흠 Feb 05. 2024

주짓수 체육관에서 지켜야 하는 에티켓 (3)


담배는 운동이 끝나고


주짓수를 할 때 가장 싫은 파트너 유형중 하나는 냄새나는 사람이다. 그중 담배냄새에 찌들어 있는 사람은 연습을 할 때 정말 곤욕이다. 가끔 가족 중에 실내 흡연을 해서 옷에 담배냄새가 베어 오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본인이 조금만 관리를 하면 된다. 그러나 체육관에 들어오기 바로 직전에 담배를 피우고 냄새를 가득 머금은 채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체육관엔 비흡연자와 미성년자 학생들도 많다. 그런데 들어오기 직전 담배를 피우고 냄새를 안 빼고 오는 것은 기본 상식이 없다고 생각된다. 흡연자라고 다 냄새가 날까?? 아니 그렇지 않다. 실제로 몇 개월 동안 함께 운동을 하며 전혀 흡연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래서 이것은 본인의 관리 문제이지 흡연자가 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흠관장님께 여쭤보니 

"최근 등록한 분이 담배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났습니다. 운동 한 타임이 끝나고 중간 쉬는 타임에 담배를 피우러 나가려고 해서 단호하게 얘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도를 하려고 가까이 가면 담배냄새가 너무 심해서 기침이 나올 정도였는데 파트너는 너무 괴로웠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끝나고 따로 불러 얘기하고 전체 관원분들에게도 다시 한번 공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체육관을 처음 등록한 분들 중 가끔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잘 얘기하면 보통 주의하시지만 그래도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계속 같이 운동하긴 힘듭니다"

라고 많은 체육관에서 일어나는 이슈라고 하셨다.


말조심을 하자


주짓수 특성상 그룹 수업이고 파트너 운동이기 때문에 다니다 보면 하나 둘 친해지는 사람들이 생긴다.

어떤 사람들은 원래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나고 더 가까워지는 사람들도 있다. 체육관에 와서 형누나 동생하며 서로를 챙기고 즐거운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그런데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커뮤니티에서든 너무 가까워지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서로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을 때는 조심하던 말과 행동도 가까워지면 조심성이 없어지기도 한다.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는 언행을 하고 기분 나빠하지는 지도 모르고 눈치 없이 계속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나도 최근 같이 운동하는 형님이 무심히 툭 던진 말에 상처를 받고 하루종일 신경이 쓰였던 적이 있다.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그 후에 반복되지 않아 그러고 지나갔지만 가끔 떠오르면 기분 나쁠 때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흠관장님이 아주 재미난 비유를 해주신 적이 있다.

"사람들은 정신적 거리와 신체적 거리를 따로 구분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제 친구가 저에게 "야이 병신아"라고 하면 친한 친구사이에선 별로 기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저에게 포옹을 하려고 하면 굉장히 이상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제가 지도하는 초등학생 관원이 저에게

"야이 병신아"라고 하면 저는 기분이 굉장히 안 좋을 겁니다. 하지만 어린 관원이 저에게 안기려고 하면 너무 귀엽겠죠 둘 다 저에겐 굉장히 가깝고 친한 사이지만 상대에 따라서 정신적, 신체적 거리를 다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본인의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적 , 육체적 경계선을 잘 설정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순간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대로 경계선을 정해놓지 않으면 본인만 상처 입고 어물쩍 넘어가 버리게 됩니다"

이해가 단번에 가는 비유였다.


비협조적인 파트너


다음 중 가장 비협조적인 파트너를 고르시오

1. 온 힘을 다해 기술연습을 하는 쎄게충

2. 온 힘을 다 빼고 있는 슬라임


최근 인스타에 두 가지 항목을 고르는 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둘 중에 압도적으로 2번을 선택한 사람이 많았다. 세게 하는 사람도 물론 굉장히 비협조적이고 함께 운동하기 싫은 파트너다. 그러나 쎄게충 보다 더 같이 운동하기 싫은 유형은 온몸에 힘을 다 빼고 있는 사람이다. 가끔 기술연습을 할 때 온몸에 힘을 다 빼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주짓수는 무술이기 때문에 실제 싸움상황이나 시합상황을 가정해서 연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해가 전혀 되어 있지 않거나 본인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온몸에 힘을 다 빼고 기술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아 기술을 겨우 한두 번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제가 오늘 너무 피곤해서요" 라거나 ".... 예?"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처음 입문한 사람은 아직 어떻게 기술을 받아줘야 할지 몰라 그런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조금만 알려주면 의욕적으로 배우고 곧잘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아닌 정말 아무 의욕 없이 운동을 하거나 자존감이 너무 낮아 본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징징거리는 사람은 주변 사람을 정말 힘들게 한다.

나도 회비를 내고 배우러 다니는 회원인데 정신적 피로감과 스트레스만 엄청 받고 운동 시간이 끝나버린다.

관장님도 너무 심한 경우는 다른 관원들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개인강습을 권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런 경우 개인강습을 통해 기본기를 좀 더 숙달시키고 자신감이 붙으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아직 파트너와 운동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주짓수를 배우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면 개인강습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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