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가온 AI시대가 두려워...
요즘, AI가 소설을 씁니다.
AI가 못하는 게 없죠.
일도 대신해 주고, 연애도 하고, 그림도 그려주고, 상담도 해주고—
제 지인은 AI로 걸그룹 만들고 작사작곡 하는 게 취미고요.
AI에게 상담받고 감동해서 눈물 흘리고도 하고요.
요즘 친구와 어떤 문제를 얘기하려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Chat GPT한테 물어봐."
AI는 어떤 부정적인 키워드를 넣고, 어떤 방식으로 긁고 화풀이해도 한결같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대답으로 돌아오죠.
내가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AI가 빡쳐서 같이 화내지는 않아요.
"사람보다 낫다"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AI와 연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그걸 보는데 문득 2000년에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쵸비츠>가 떠올랐어요.
그 당시엔 인형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 SF 같았는데, 이제는 그게 현실이 되어버린 거죠.
영화 'A.I'에서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 계속 맴돕니다.
2천 년 후, 주인공 꼬마애가 엄마를 재생하여 오랫동안 소망하던 엄마의 사랑을 찾게 되고 하루가 지나고 데이비드는 엄마와 함께 잠을 자는 장면에서 너무 슬퍼서 엄청 울었어요.
찾아보니 그때가 벌써 20년도 더 전인 2001년이었네요.
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20년 가까이 IT 업계에서 일하며 디지털 기술의 선두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에는 항상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있었죠.
직접 손 편지에 우표를 붙이고,
식당에서는 KIOSK가 아닌 직원에게 주문하고 현금을 내밀고
오타 가득한 문장을 읽으며 지적질하는 세상이 좋거든요.
어느 날,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고객에게 이메일 보낼 때 좀 더 자연스럽게 쓰려고 ChatGPT에 키워드 넣으면 알아서 깔끔하게 완성된 문장이 나옵니다.
그걸 그대로 보내면 고객으로부터 답장이 오는데, 그 메일도 마치 ChatGPT가 쓴 것 같아요.
그럼 이 커뮤니케이션은 과연 누가 한 걸까요?
사람인가, AI인가.
이 질문에서 시작해, 저는 한 편의 단편소설을 썼습니다.
『그 글을 쓴 건 누구였을까』
이 책은 AI로 책을 출간한 한 무명작가가 법정에 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충분히 실화가 될 가능성이 있고, 이미 벌어졌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모를 수도 있고, 아무튼 동시에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으로 썼습니다.
“과연 창작의 주체는 누구인가?”
IT 엔지니어로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아온 저는 계속해서 이런 질문을 떠올립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AI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은 어디일까.
『그 글을 쓴 건 누구였을까』는 결국 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자, 곧 우리 모두가 맞닥뜨려야 할 이야기입니다.
만약 당신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 있다면, 이 책의 마지막을 함께 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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