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지나면 우리 애는 6학년이 된다. 그에 맞춰 진학을 생각해야 한다.
스위스에 돌아왔을 때 당연히 김나지움에 가야지 했는데 성적뿐 아니라 행동발달사항도 들어가서 아예 포기했다.
스위스는 일반중등학교(Sekundarschule, 중고딩 졸업하고 취직하거나 대학가거나 함)와 김나지움(Gymnasium, 대학 가기 위한 학교)으로 나뉘는데
김나지움도 장기(6년)와 단기(4년)로 나뉜다.
장기 김나지움(Langzeitgymnasium)의 준비과정은 아래와 같다.
-. 독일어(언어)와 수학 과목 평균 성적이 최소 5.25 이상일 것 (6점 만점)
-. 담임 선생님의 학업 역량 및 의욕에 대한 추천 (담임이 추천 안 해주면 못 감)
-. 언어적 재능 (최소 4개 언어를 함 ;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
-. 스스로의 동기로 장기 김나지움에 진학하려는 의지
-. 아주 좋은 학습 태도 및 자기 조직 능력
-. 자기 주도성
-. 심리적, 학습적 스트레스에 대한 감내력
하지만 학업 성취도만이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개인적 성숙도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애는 지원조차 못한다.
장기 김나지움은 대학과 비슷한 스타일의 수업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 수업 내용을 제대로 필기했는지,
-. 과제를 언제 어떻게 할지는 스스로 책임지는지
-. 수업 초반부터 10~11명의 다양한 과목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다.
-. 통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점심시간이 짧아 집에 다녀오기 어렵다. 그래서 도시락(주로 샌드위치)을 싸간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스위스는 많아야 20% 정도만 김나지움에 진학하며 김나지움 시험 과목은 독일어와 수학이다.
합격을 하더라도 신입생 6개월간 몇 번의 시험을 쳐서 안 되겠다, 적응 못한다 등의 이유로 일반 중등학교로 보내지기도 한다.
그리고 6년동안 계속 시험을 치고 그 안에서 낙제를 하게되면 학교에서 퇴학당한다.
결국 6년동안 남은 사람은 충분히 졸업 자격(Matura)를 칠 수 있는 아이들이겠지.
그렇지 않다.
먼저 일반 중등학교(Sekundarschule)에 진학한 후, 2년 후에 단기 김나지움(Kurz-Gymnasium)으로 입학하면 된다.
오히려 단기 김나지움이 라틴어를 안 하니까 더 나을 수도 있지만 입시시험은 독일어, 프랑스어, 수학을 친다.
장기와 단기 김나지움의 졸업 자격(Matura)은 동일하게 인정되니 어딜가도 상관없다.
이것 역시 그렇지 않다.
일반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원을 다녀서 졸업자격(Matura)을 쳐서 합격하면 된다.
중요한건 졸업자격(Matura)이다.
졸업자격(Matura)에 합격하면 스위스 있는 어느 대학, 가고 싶은 곳 아무 곳이나 시험 없이 갈 수 있다.
우리 애는 성적은 우수하지만 행동발달사항이 엉망진창이다.
몇번의 퇴학경고와 상담이 있었는데도 별로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김나지움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래도 엄마라고 기대치는 있어서 중등학교에 진학한 후 단기 김나지움에 갔으면 하는 바램은 있다.
제발 6학년은 안싸우고 쥐죽은 듯이 잘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