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살다 보면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 중 하나가 바로 "공동 세탁실(Waschküche)"이다.
보통 아파트(10가구 거주 기준)에는 각 가정에 세탁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에 마련된 공동 세탁실을 이웃과 함께 사용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스위스에 와서 제일 충격받는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이 공동 세탁실 문화다.
다른 가정이 반려동물 담요나 속옷 등을 세탁한 기계에 내 옷을 세탁하는 것에 거부감이 안 느껴지겠는가.
세탁실은 대개 건물 지하에 있고 한 대 또는 여러 대의 세탁기와 건조기가 구비되어 있다.
세탁실 사용은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요일과 시간대에만 세탁할 수 있거나, 세탁실 입구에 있는 명단에 날짜와 이름을 적어 예약하는 방식이다.
한 세대가 주 3회 이상 세탁실을 차지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이렇게 기록해야 한다.
세탁 시간도 정해져 있다.
일요일이나 밤 10시 이후에는 세탁기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평일 오전 7시부터 20시까지만 가능한 곳이 많아서 맞벌이 부부나 아이가 있는 가정은 세탁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다.
규칙상은 사용 후 세탁기 내부를 닦고 먼지 필터를 비우는 등 청소 규칙이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규칙을 안 지켜서 이웃 간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 친구는 세탁하러 지하실에 내려갈 때마다 다른집 세탁물이 그대로 들어있어서 클레임을 넣어도 소용없다며 하소연을 하곤 했다.
또 다른 친구에게, "내일 만날까?" 하고 물으니까 세탁날이라서 안된다고 한다.
순번을 까먹거나
세탁 날짜에 일이 생겨서 놓치거나
급작스럽게 세탁물이 많이 생기는 등의 변수는 전혀 생각하지 않나?
그래서인가, 점점 많은 사람들이 개인 세탁기를 선호하게 되면서, 신축 아파트는 각 집마다 세탁기가 설치된 경우도 늘고 있긴하다.
우리 집 역시 개인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서 애 낳고 키울 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만약 스위스에서 집을 구하고 있다면, 계약 전에 꼭 세탁 방식이 어떤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공동 세탁실 사용이 싫다면, 애초에 설치되어 있거나, 설치가 가능한 별도의 공간이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일본에 살 때 이불 빨래같이 큰 것은 코인 란도리(빨래방)를 이용하긴 했지만 그것과는 천지차이다.
참 그러고보니 스위스는 코인 란도리(빨래방)도...극히 드물거나 아예 없다.
거의 매일 빨래를 하거나 생각날때, 내킬 때, 빨래하는데,
공용에,
예약에,
순번이라니 ㅠㅠ
지 아무리 전쟁 중인 시리아도 공용으로 안 쓴다구!
이런 거 보면 스위스가 참 깔끔한 나라 같으면서도, 의외로 불편한 전통을 쓸데없이 유지하는 게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