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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라고 다 비싼건 아니에요

by 소류

얼마 전 일본에 다녀왔을 때,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주식인 쌀이 글쎄, 5kg에 4만원이 훌쩍 넘더라고요.

결국 2kg짜리를 2만원 넘게 주고 사왔습니다.


주식이 쌀인 나라에서 이 가격이라니! 도대체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싶더라고요.
게다가 돈가츠에 필수인 양배추 한 통도 5천 원이 넘었습니다.

장바구니에 물건 담았다가 가격 보고 도로 내려놓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더라고요.


한국은요?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커피숍에서 크로와상 하나가 무려 8천 원인걸 보고 진심으로 후덜덜했습니다.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크로와상 8천원하는 곳은 본적도 없어요.



그런데도 스위스는 ‘물가 비싼 나라’라고 생각하시죠?
실제로 살아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커피, 빵, 야채 등 전반적인 품목 가격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오히려 더 저렴한 경우가 많고, 품목도 다양합니다.
어떤 분은 고기도 스위스가 더 싸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래는 제가 집 근처 COOP 슈퍼에서 실제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한번 비교해보세요.

귤750g 한봉지에 1프랑, 즉 1600원합니다.
애기토마토 500g 1프랑, 즉 1600원합니다.
레몬 500g에 1프랑, 즉 1600원합니다.

과일은 이렇게 1프랑(약 1,600원)에 팔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아래의 사진처럼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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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필요한 만큼 집어서 무게를 재서 가격표를 붙힙니다.


바나나를 필요한 갯수만큼 끊어서 저렇게 무게 재면 가격표가 나온답니다.

Screenshot 2025-03-27 at 13.27.32.png


동네 다른 슈퍼에 갔더니 라바짜 에스프레소 1키로에 27프랑이더라구요.

대략 4만원입니다.

라바짜 에스프레소 1키로에 27.8프랑

집 근처에 빵집 문닫을 시간(오후 3시)에 갔더니 저만큼 해서 5프랑이였습니다.

빵 전부해서 5프랑, 즉 7천원합니다.

엄청 싸죠?

그다지 차이를 모르겠다구요?

물가는 ‘절대 가격’만으로 비교할 수 없죠.

급여와 함께 비교해야 공정한 비교가 됩니다.


제가 일본에서 30㎡짜리 방이 월세 17만엔(현제 환율로 1000프랑)이라고 하니까, 스위스 친구가 “어? 취리히랑 비슷하네?”라더라고요.


“월급이 다른데 뭔 소리야. 그건 ‘비싼’ 거야!”


일본의 일반 셀러리맨(고소득자 제외) 평균 월급은 300만~400만 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9평짜리 방이 170만원이라면, 정말 비싼 거잖아요.


반면, 스위스는 월급이 6,000프랑(한화 약 90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비슷한 월세라고 해도, 부담감은 완전히 다르죠.


이렇게 놓고 보면, 한국에서 커피 한 잔이 보통 5천원인데, 스위스에서 커피가 5프랑(약 7천 원)인 건…

어쩌면 ‘싼’ 걸지도 모릅니다.


결국, 물가란 단순히 가격표 숫자가 아니라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삶의 여유’와 함께 봐야 제대로 보입니다.


‘물가가 비싸다’는 말,

가격자체 보다는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소득과 삶의 균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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