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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14 콜롬비아 보고타

Chamorro Entertainment City Hall


1. 로케이션-콜롬비아 보고타



사실 콜롬비아에는 특별한 기억이 있다.

작년 남미 투어 6개국 중 하나였지만, 현지 회사의 실수로 국가에서 공연허가를 못 받아서 리허설까지 다 마친상황에서 공연이 엎어진 것이다.


심지어 메이크업까지 다하고 이제 공연 올라갈 준비를 하던 순간 들은 이야기라

그때의 황망한 기분이 아직도 남아있다.

공연장 밖에는 끝도 없이 팬들이 줄을 서있고, 우리는 공연준비를 다 마쳤는데..

이제 와서 공연을 못한다니.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의 우리에게 오히려 위로를 하던 콜롬비아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콜롬비아에는 정말 최선의 최선의 최선을 다해서 돌아오자라고 마음먹었던 작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콜롬비아.

보고타에 도착하니 정말 날씨가 끝내주게 좋다.

커피의 나라답게 호텔조식이든, 카페든 어디를 가도 정말 기분 좋게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한국의 며칠 없는 가을 같은 날씨를 여기서 마음껏 만끽하고, 맛있는 커피를 먹고,

어느 음식점을 가도 음식들이 훌륭하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여유로운 보고타를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2. 공연장 -Chamorro Entertainment City Hall


내내 야외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다가, 드디어 이번엔 실내공연장이다.

커다란 컨테이너 같기도 하고, 특이한 미술품 같기도 한 건물은 실내도 아주 넓고 쾌적하다.

실내가 많이 울려서 음향은 조금 잡기 힘든 장소 같지만,

이번공연의 백미인 영상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무대뒤 Led의 화면도 크고 화질도 정말 최고로 좋다.  



대기실은 공연장 뒤 따로 마련된 컨테이너박스.

길쭉한 컨테이너박스 대기실에 쪼르르 앉아있자니 정말 유랑극단이라도 된듯한 기분이 든다.



식사는 오늘도 한식 도시락으로 준비해 주셨다.





3 공연


-리허설

오늘은 장비문제며 악기문제며 세팅문제며 뭐 걸리는 거 하나 없이 술술 흘러간다.

멤버들의 몸상태만 빼면.

며칠간의 강행군과, 장기간 독한 고산병약을 먹어 약해진 몸에, 콜롬비아의 물이 맞지 않았는지 건반 B의 몸이 드디어 백기를 들었다.

몸살감기에 오한, 심각한 배탈, 탈수, 고산병증세, 위통까지 겹쳐서 도통 정신을 못 차린다.

일단 사운드체크는 건반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다행히 가수가 도착하고 리허설은 큰 이슈없이 진행.

오늘은 모니터 환경도 좋고 연주하기 아주 좋은 컨디션이다.  




-파이팅의 시간

건반 B의 몸이 너무 심각하니 힘을 내라고 기도라도 해볼래? 했지만 도저히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드럼 M이 대신 기도를 해줬다.

서로의 컨디션을 위해, 아픈 몸을 위해.

기다리고 기다렸을 콜롬비아의 팬들을 위해

그리고 서로가 1년을 기다린 오늘의 공연을 위해서.


-공연


결국 건반 B는 공연직전 응급요원을 불러 주사까지 맞았다.


조금이라도 힘들면 꼭 이야기해 달라고 하고, 경호를 맡으시는 S부장님이 무대 한쪽에서 B를 내내 신경 써주시면서공연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너무 마음이 쓰여 중간중간 건반 쪽을 쳐다보며 체크를 하다가, 동선이 있는 빠른 연주곡타임에

잠시 건반 앞에 가봤는데 내쪽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통을 참고 피아노를 치고 있다.


그녀에겐 4년 전 첫 라파스 고산병 사태 이후로 가장 심각한 날이 아니었나 싶다.

책임감도 강하고 완벽주의인 성격 탓에 무대에서 쓰러지면 쓰러졌지, 버티고 버틸친구라는걸 알아서 더더욱 고맙고 미안하고 안타깝다.

  

B가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동안 사실 공연 여기저기서 위기가 있었다.

프롬프터담당과 VJ감독님까지 모두 배탈이 나서 정말 지옥 같은 공연시간을 버티고 버텨냈다고 한다.


각자들의 스스로와의 싸움과는 별개로 공연은 내내 흥겹고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1년 치 아니 작년에 만나지 못한 것까지 2년 치의 공연을 하루에 쏟아 넣을 듯이 공연자들도 관객들도 작정한 듯이 뛰고 소리 지르고 놀았다.


우리의 만남이, 그리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기적이라고 말하며 부르기 시작한

[You are miracle]에 공연장 중간즈음 앉아계신 어느 팬분이  얼굴이 가득 젖도록 눈물을 가득 흘리시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는 얼굴로 노래를 따라 부르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우리의 공연의 의미를 다시 한번 찾을 수 있었다.


 

  “미안했어요. 보고 싶었어요. 결국 우리가 만나게 돼서 정말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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