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ta 21
1. 로케이션 -페루 리마
우리에겐 여러모로 추억이 많은 페루.
(비행기를 못 탄다던가, 비행기를 못 탄다던가, 비행기를 못 탄다던가 하는 ㅎㅎ)
그 때문인지 세 번째 방문임에도 페루공항에만 오면 일단 습관적으로 긴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시는 건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팬분들의 웃음.
새벽 네시쯤 페루에 도착했음에도 공항엔 팬분들이 잔뜩 나와주셨다.
해안도로가 멋진 도시 리마.
2. 공연장 (costa 21)
페루에서 벌써 3번째 공연인데 늘 야외공연장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닷가의 공연장.
바다 내음이 짙게 묻은 바람이 부는 무대 위에서
해 질 녘 저 멀리 노을이 물드는 수평선을 연주를 하며 바라보고 있자니 ‘아 내가 공연을 할 수 있어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너무 행복하다’라는 마음이 든다.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이 그대로 내가 연주하는 음악의 뮤직비디오가 되어준다.
오늘의 식사도 한식도시락.
한식에서 많이 쓰이는 얇은 당면의 잡채가 아니라
엄청나게 굵은 당면이 쓰인 잡채가 눈을 사로잡았다. ㅎㅎ
3. 공연
-리허설
오늘은 제발 장비 문제가 안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에 호텔방에서 악기체크를 다 미리 하고 나왔는데,
공연장에 도착하니 기타 멤버 E의 기타에 또 문제가 생겼다.
그래 문제가 안 생기면 아쉬운 마음이 들정도다 이젠 ㅎㅎㅎ..
또 무선 관련으로 현지팀들과 소통이 잘 되지를 않아 악기 관련 업무와 무대 쪽 전반을 봐주시는 T감독님은 열 번째 같은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양쪽문제를 무사히 다 해결하고 리허설 시작!
볼리비아 라파스의 추위 속 야외공연 때문에
야외공연장들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그 후의 공연장들은 다행히 온도도 적당하고
야외 페스티벌에 와서 공연을 하는 것 같은 새로운 기분이 든다.
리허설은 그후론 큰 문제없이 일찍 종료.
-기도의 시간
모두가 기도를 돌아가면서 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순번을 받지 않는 한 멤버가 있다.
늘 조용히 함께 파이팅을 해주는 기타 멤버 J.
요즘엔 짓궂은 마음에 한 번씩 시키곤 하는데.
웬걸!! 너무 쉽게 나서준다.ㅎㅎ
원래도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는 멤버라
당연히 기도도 잘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잘해도 너무 잘한다.
J의 기도에 감동받은 건반 B는 거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오늘하루도 모두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다 함께 파이팅!!
-공연
공연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몸상태나 마음상태에 많이 영향을 받고는 하는데
이번공연에서 나에게 드디어 위기가 왔다.
장기 공연을 다니다 보면 종종 있는 일인데,
즐거움과 감사보다 육체나 정신의 힘듦에 지배당하는 상태로,
최대한 겉으로는 티가 안 나게 공연을 하려고 노력하며 웃고 있지만, 마음속엔 폭풍우가 친다.
한순간이라도 집중을 놓치면 큰 실수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고 공연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필사적으로 귀를 열고 음악을 더 들으면서 마음속에 번뇌를 지우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이 내 인생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공연인데
이렇게 보내는 게 너무 아깝고 슬프다.. ”
늘 내일이 있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직업이지만,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즐기려고 한다.
오늘의 공연은 외부를 둘러보기보다는 나 자신밖에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바다내음 가득한 아름다운 밤하늘아래의 수많은 관객들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일의 나는 더 행복하고 마음깊이 건강한 사람이길.
무챠스 그라시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