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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5시간전

급격한 노화를 느낄 때

행복하게 살자

 아침에 눈이 떠진다. 가까운 글씨가 흐릿하다. 목과 어깨가 뻐근하다. 흰머리가 하나씩 나타난다. 방금 봤던  숫자가 기억이 안 나서 몇 번을 다시 본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핸드폰을 찾는다. 찬 거 먹으면 이가 시리다. 


 아, 나이 듦이 슬프다. 이렇게 가다가는 속절없이 인지 저하와 치매를 맞이하게 되는 건 아닌지. 나의 인지 능력은 수명이 62세 정도일까? 그렇다면, 나에게는 15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아쉬워할 시간도 아깝다. 정신이 또렷할 때 아낌없이 살아야 한다. 기쁨도 슬픔도 느끼고 아쉬움과 소소한 행복과 저급한 도파민과 고급스러운 도파민도 느끼고, 잠도 꿀잠 자고 아무튼 잘 살아봐야 한다. 


 새벽에 꿈을 꿨다. 결혼 전 엄마 집에서 동생과 함께 지지고 볶는 생활의 꿈이었다.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걸 보니 개꿈인가 보다. 그래도 그립고 다정한 느낌이 좋았다. 여전히 엄마 품이 따뜻하고 그리운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엄마와 전쟁을 치르고 나서 관계가 회복되고, 다시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서 정말 좋다. 


 남편이 일을 쉬고 있어서 재정 상황은 좋지 않고, 그래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 아이스크림 사 줄 돈이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더 좋은 걸 많이 해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매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어차피 감당해야 할 일이라면, 하루라도 더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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