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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udia Park Mar 24. 2024

16세기 플랑드르 미술

흑인 형상화의 역사 1편

흑인 형상화의 역사

앵글로 아메리카(Anglo-America)란 일반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북반부인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특히 대영제국의 통치로 말미암아 그들의 역사, 민족, 언어, 문화등이 큰 영향을 받은 지역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발생한 예술을 앵글로 아메리칸 아트(Anglo-American Art), 우리말로는 영미미술이라 분류합니다. 혹은 식민지 미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독립 전, 후 경의 식민지 신민들은 영국을 본국으로 여겼고 심지어는 그들을 여전히 영국시민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유럽의 7년 전쟁 (1756-63)을 영국의 우위로 종식케 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7년 전쟁 (1756-63)이 영국의 우위로 종식되면서 북미의 상당 부분 영토가 영국으로 이양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식민제국주의로 발돋움했지만 이 전쟁의 승리는 단순히 영국만의 힘은 아니었죠. 전쟁 동안 영국에 헌신하며 승리를 이끌어 낸 북미 식민지군의 공이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영국은 전쟁 후 바닥난 국고를 해결하기 위해 북미 13개 식민지에 여러 가지 세금을 강제 징수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결국 미국독립전쟁(American Revolutionary War, 1775-1783)을 촉발시켰습니다.


이 시기 영국과 식민지의 관계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정치적으로 자치권이냐 독립권이냐를 위해 두 개의 다른 이권이 충돌했고, 문화, 예술적으로는 18세기 영국 본국의 전통과 유행을 자치적으로 따르면서도 서서히 미국만의 독립적인 미술을 만들어나가는 행보를 보이게 됩니다.  바로 전근대 미국미술의 서막이 열리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부터는 이 흥미로운 시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전근대 미국미술의 시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양미술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흑인형상화(Black imagery)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르게는 14세기말 무렵부터 유럽회화에 흑인의 모습이 형상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이 시기 유럽에서는 그리스도교의 성서적 주제들을 다룬 종교화가 강세였고 그중 그리스도의 공현(epiphany)을 주제로 한 회화에 흑인의 모습이 등장하게 됩니다. 유대인의 왕인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기 위해 베들레헴으로 온 동방의 세 박사 중 한 명을 흑인왕으로 젊고 아름답게 묘사한 것이 바로 그 예인데요. 이는 당시 유럽인들에게 아프리카가 아직은 미지의 대륙이었기에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흑인 왕을 세명의 왕들 중 가장 젊고 잘생기게 표현하게 된 이유가 됩니다.


·         한스 멤링의 <동방박사의 경배> (1479-80), Museo del Prado, Madrid. 출처: 위키피디아


·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동방박사의 경배>(1485-1500), Museo del Prado, Madrid. 출처: 위키피디아


이런 긍정적인 모습의 흑인 형상화는 플랑드르 미술(Flemish art: 16세기까지 네덜란드와 벨기에게서 발전한 미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한스 멤링(Hans Memling, 1430 –1494)의 <동방박사의 경배 The Adoration of the Magi> (1479-80)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 –1516)의 <동방박사의 경배 Adoration of the Magi>(1485-1500)와 같은 작품을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작품 속 위엄 있는 흑인 왕의 모습은 가히 놀라운 수준입니다.


·         렘브란트(Rembrandt)의 Hendrick Heerschop, Koning Caspar, 1654 of 1659. 출처: 위키피디아


이 같이 긍정적이며 능동적인 모습의  흑인형상화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의 작품으로 일부 이어지지만 서서히 유럽인들의 흑인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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