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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udia Park Jun 12. 2024

코플리, 웨스트 & 트럼블

전근대 미국미술의 서막 1편

앵글로 아메리카(Anglo-America)란 일반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북반부인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특히 대영제국의 통치로 말미암아 그들의 역사, 민족, 언어, 문화등이 큰 영향을 받은 지역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발생한 예술을 앵글로 아메리칸 아트(Anglo-American Art), 우리말로는 영미미술이라고 합니다. 15세기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시작으로 유럽인들의 신대륙으로의 이주가 시작되고 영국뿐 아니라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의 유럽 국가들이 북미대륙의 여러 지역을 식민지화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중반까지도 대륙의 많은 부분은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을 정도로 야생 그 자체였고 이에 대부분의 유럽이주인들은 대서양 해변  65km 반경 내에 집중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이후에도 여전히 인구의 80퍼센트가 동쪽 해안가 주변에 모여 살며 척박한 생활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18세기말에 이르러 상업과 제조업이 조금씩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이주민들은 최소한의 사치품도 없이 자급자족하는 극한의 농경생활을 하고 있었고 당연히 미술의 발전도 미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륙의 식민시대(Colonial period, pre-revolutionary era) 화가들은 중세풍의 다소 딱딱하며 무표정한 모습의 인물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초상화를 주로 제작했고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가족이나 친지들 사이에서 공유되었습니다. 영국 본토와 비슷하게 이 시기에도 초상화 장르가 강세를 보였는데 그 원인은 당시 영미권 이주민들의 기독교적 신념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독교적 자아 성찰이나 내면연구와 같은 묵상법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 탐구를 독려하는 풍토가 미술로는 초상화 제작으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장되지 않으면서 극사실적이고 절제된 표현법이 특징이었던 17세기 식민지 시대 초상화는 18세기 보스턴 태생의 화가 존 싱글턴 코플리(John Singleton Copley, 1738-1815)의 등장으로 그 판세가 달라지게 됩니다. 코플리는 초상화가이자 판화가인 의붓아버지 피터 펠럼(Peter Pelham, 1695 -1751)과 영국 초상화가 조지프 블랙번(Joseph Blackburn, -1787)의 영향으로 일찍이 초상화가로 이름을 알렸으며 20대에 이르러서는 식민지 시대 미국의 가장 뛰어난 화가로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존 싱글턴 코플리 <다람쥐와 소년(헨리 펠럼)> (1765) Boston Museum


그는 전 시대의 딱딱하고 평면적인 초상기법에서 벗어나 화려한 색채감과 숙련된 미술기법으로 입체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초상화를 제작하였고 인물이 가진 부와 취향, 그리고 내면세계까지도 잘 드러내보였습니다. 1766년 런던의 왕립 미술아카데미에 <다람쥐와 소년(헨리 펠럼) A Boy with a Flying Squirrel (Henry Pelham)>(1765)을 출품한 것을 시작으로 1774년 영국으로 건너간 이후  1779년에는 영국 왕립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이후 당시 영국에서 호가스를 시작으로 재탄생한 근대역사화로 관심을 돌리며 <피어슨 소령의 죽음>과 같은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존 싱글턴 코플리 <피어슨 소령의 죽음> (1783) Tate London.


벤자민 웨스트 <울프 장군의 죽음 >(1770) National Gallery of Canada


비슷한 시기 제작된 동시대 화가 벤자민 웨스트(Benjamin West, 1738-1820)의 <울프 장군의 죽음 The Death of General Wolfe>(1770) 역시 당시의 역사적 사건 속 영웅을 고전적인 구성으로 그린 신고전주의적 역사화로 유명합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출신인 웨스트는 필라델피아에서 미술교육을 받았고 다른 식민지 시대 화가들과 같이 초상화가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3년간의 이탈리아 투어를 거쳐 1763년 영국으로 건너갔으며 당대 최고의 영국 초상화가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의 뒤를 이어 1792년에는 영국 왕립 미술 아카데미의 회장이 되었습니다. 존 트럼블(John Trumbull, 1756-1843)과 같은 많은 미국 화가들이 런던에서 웨스트에게 수학하며 도움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존 트럼블 <벙커힐 전투에서 워렌 장군의 죽음> Boston Museum


웨스트의 영향을 받은 트럼불은 1786년에 <벙커힐 전투에서 워렌 장군의 죽음 The Death of General Warrant at the Battle of Bunker’s Hill, June 17, 1775>이라는 역사화를 완성했습니다. 1756년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난 트럼불은 1780년 영국으로 건너가 웨스트에게 그림을 배웠으며 이후 1784년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 미국 미술 아카데미 초대 교장으로 재직하며 화가이자 교육자로 미국 전근대 미술의 발전에 이바지하였습니다. 특히 <벙커힐 전투에서 워렌 장군의 죽음>은 영국에 뿌리를 둔 영미미술이 독립적인 전근대 미국미술로 전환되는 경계선에 위치한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Margaretta M. Lovell, Art in a Season of Revolution: Painters, Artisans, and Patrons in Early America(Philadelphia: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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