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처럼 내버려 두자
살다 보면 도저히 상식의 범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마주할 때가 있다. 우리는 흔히 그런 이들을 '빌런'이라 부른다. 빌런을 만났을 때 우리가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그를 설득하려 들거나, 나의 노력이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는 것이다.
장항준 감독은 빌런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아주 명확한 통찰을 제시한다. 그를 고치려 애쓰지 말고, 그저 '괴물을 만났다'라고 인정해 버리라는 것이다.
이것은 무책임한 회피가 아니라, 가장 영리한 자기 방어다. 본래 괴물이란 설득의 대상이 아니다. 대화와 타협이 통하지 않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의 대처법은 단순하고 명확해진다.
인정 다음의 단계는 단호한 '선 긋기'다. 괴물이 내 삶의 영역을 단 1mm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경계선을 쳐야 한다. 그것은 물리적인 거리 두기일 수도, 철저한 심리적 차단일 수도 있다.
그가 뿜어내는 독설이나 비상식적인 행동이 내 마음 안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선 밖에서 벌어지는 소란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조자(觀照者)가 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저 괴물이 또 울부짖는구나' 정도로 넘길 수 있는 여유 말이다.
결국 빌런에 대처하는 최고의 방법은 내 귀한 에너지를 그에게 단 1%도 할애하지 않는 것이다. 괴물은 그저 자연재해처럼 지나가는 존재로 두자.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태풍이 불면 문을 걸어 잠그듯,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조용히 선을 긋고 내 갈 길을 가면 그만이다.
내 마음의 평화는 상대의 인격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의 자리를 얼마만큼 내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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