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김치와 글
No Pain to be Aforementioned
마트에 갔는데
눈에 들어온 갓김치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카트에 담았습니다.
갓 지은 밥에
갓김치를 올려서 먹을 생각을 하니
침샘도 솟구치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최고의 요리사인
와이프가 정성스럽게 밥을 해서
갓김치와 함께 식탁 위에 놓았습니다.
최고의 요리사인
와이프가 메인 요리를 내놓기도 전에
밥 위에 갓김치를 올려서 입에 넣었습니다.
몇 번을 우물거리다가
쓰레기통에 들어간 봉지를 찾아서
갓김치가 맞는지 확인을 하였습니다.
갓김치가 맞는데
특별히 한국에서 온 것인데
아삭하고 톡 쏘는 맛이 전혀 없었습니다.
쓰여있는 이름은
분명 갓김치가 맞는데
입에 넣고 먹어보니 간김치가 맞습니다.
이름에 속았고
맛있게 보이는 봉지에 속았고
갓김치는 똑같을 거라는 선입견에 속았습니다
기분이 나빴지만
갓김치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간김치가 간은 잘돼있어서 그냥 먹었습니다.
공짜로 얻은 것이라면
시원하게 버릴 수도 있었는데
마음 주고 산 것은 왜? 버리기가 힘들까요?
글을 읽는 저의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갓김치를 먹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급 겸손해지며
제가 올리는 글들이 갓김치 맛이 안 나고
간김치로 느껴질까 봐 마음이 멍해졌습니다.
집에서 만들지만
유명한 상표나 포장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아삭하고 톡 쏘는 갓김치 같은 글이기를 바랍니다.
저의 글이요.
작가님의 글이요.
바로 우리들의 글이요.
사람들은 잘 알거든요.
맛있으면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줄을 서서라도 그 맛을 내입에 넣습니다.
글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잘 알거든요.
맛있으면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맛의 소문을 따라가서
소문난 맛의 장소를 찾아내서
글의 미식가들은 벌써 맛있게 먹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