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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Jul 05. 2020

밥 아이거와 경영을 잘한다는 것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읽고

#디즈니만이하는것 은 성공에서 운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래서 매사에 겸손한 태도를 가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로 끝난다.


#밥아이거 는 21세기의 가장 위대한 경영자 중 한 명이다. 적어도 올해 초까지는 그랬다. 2005년에 #마이클아이즈너 로부터 CEO 자리를 물려받을 때만 해도 #디즈니 는 침몰하는 배였다. 그러나 아이거는 #픽사 를 인수하는 것으로 시작해, #마블 과 #루카스필름 까지 인수하며 콘텐츠 회사로서의 디즈니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작년에는 #21세기폭스 와의 합병과 #디즈니플러스 의 성공적인 출시까지 해냈다. 취임 당시 60조 정도였던 디즈니의 시가총액은 300조를 넘어섰다. 15년 만에 회사를 5배나 키운 것이다. 밥 아이거는 디즈니를 현재의 수익과 미래의 성장 모두를 거머쥔 글로벌 넘버원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제국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COVID-19의 시대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영화관과 디즈니랜드에 가지 않게 되었고, 크루즈를 타지 않게 되었다. 디즈니의 주가는 연초 대비 30%가 빠졌고, 밥 아이거의 은퇴 시도는 실패했다. '정상에서 물러난다고 생각했던 밥 아이거는 이제 디즈니의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올해 4월에 올라온 #뉴욕타임즈 의 기사는 아이거와 디즈니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경영을 잘 한다는 건 무엇일까. 성과가 좋으면 경영을 잘 한 걸까. 그러면 올해 들어 주가가 거의 4배 오른 #줌 의 CEO #에릭유안 은 밥 아이거보다 훌륭한 경영자라고 할 수 있을까. 에릭 유안이 유능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밥 아이거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러면 결국엔 다 운인가? 그렇다고 한 기업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면서 '다 운이야'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운을 보다 보다 주체적으로 표현하면 확률이다. 운이란 단어 앞에서 우리는 그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지만, 확률은 계산과 대응이 가능한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저녁에 비가 올 확률이 70%라고 하면, 우리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산을 챙길 수도 있고, 비가 오지 않을 30%의 확률에 베팅을 해볼 수도 있다. 비가 내리더라도 빗줄기가 그다지 세차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잘 젖지 않는 소재의 옷을 입고 모자를 쓰는 방법도 있다.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시뮬레이션과 베팅을 잘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앞으로 미래에 어떤 시나리오들이 있을지, 각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확률은 어떨지에 대한 판단을 잘 하는 것.


밥 아이거는 1)압도적으로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고, 2)기술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고, 3)글로벌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베팅을 해서 성공을 했고, '판데믹으로 인해 모든 사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라는 시나리오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판데믹이라는 시나리오의 확률은 매우 낮았다. 그러니까 판데믹에 대비하는 것은 디즈니 입장에서는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도박이 불법인 이유는 확률이 너무 낮은 게임이라서다. 우리가 도전을 장려하고 도박을 금지하는 사회적 통념을 사업에도 적용한다면, 경영자의 역량을 평가할 때도 1%의 대박에 사운을 거는 것은 설령 성공하더라도 낮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


그럼 여기서 재밌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보통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액티브한 투자 수익을 알파라고 하고, 딱 시장 성과만을 따라가는 패시브한 투자 수익을 베타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파보다는 베타가 장기적인 수익률이 높다.


경영도 시뮬레이션 - 시나리오 평가 - 베팅이라는 프로세스로 돌아가는 일종의 투자라면, 베타 경영이 장기적으로 더 우월한 방법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베타 경영이란 뭘까?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를 하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리소스는 무한하지 않잖아? 그러면 모든 시나리오의 범위를 좁혀야지.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시장을 구체적으로 기술할수록 내가 검토해야 하는 시나리오는 제한될 테니까. 아니 근데 그러면 이미 베타가 아니잖아?


아.. 결국 경영이라는 건 베타 전략을 펼칠 수 있는 필드를 고르는 알파 게임일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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