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내리막이 많아서 엄지발가락이 엄처 아파” 경례씨가 발가락을 주무르며 아파한다.
“나는 결승점이 바로 눈 앞인데 종아리에 쥐가 나서 죽는줄 알았어” 대회가 있으면 늘 등수와 시간에 욕심내는 은정언니가 한마디 한다.
나의 몸은 아무 반응 없이 여느 때와 같다. 더 뛰어도 될 것만 같은 체력이다.
오늘은 ‘소아암 돕기 행복트레일 런’ 산행 30키로미터 대회가 있는 날이다. 해마다 마라톤 모임 분들과 행사를 참여했다.
“선인씨는 체력 짱이야, 내년 마라톤 풀코스는 무조건 서브포 할 수 있어” 훈련을 이끌어 주는 72세 고문님은 늘 나를 인정해 주고 잘할 수 있도록 부추겨 주신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잘 뛴다고 인정받다니 우습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행복감을 느꼈다.
어려서 나는 잘하는 것이 없었다. 하고 싶은 것도 특별히 없었다. 하는 모든 일들을 대충, 빠르게, 불완전하게 하는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잘한다고, 잘 했다고 인정받았던 경험도 없다.
영업을 하면서 술을 좋아하고 많이 잘 마시기에 사람과의 관계를 친숙해게 이끄는 매력이 있었다. 이런 매력이 IT 바닥에서 통했다. 영업 초반부터 ‘술상무’로 통했다. 지금은 영업 접대문화가 바꿨지만 그 당시에는 술영업이 통하는 시기라 나는 영업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인정받고 싶음은 인간의 욕구이다. 인정받음으로 나의 존중감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더 강하게 느꼈던 것 같다. 내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열정을 다해 술자리를 더 자주했던 이유다.
요즘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경험에서 얻지 못한 배움을 얻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나 취미가 생기면서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과 몸이 채워지고 있다. 무지하고 실수와 잘못이 많은 나였다. 하지만 스스로 솔직하게 인정하고 말하는 타임이기에 사람 관계에서 신뢰를 쌓는 장점도 있다.
늘 갈망했던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교양 있고 충만해 지고있다.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느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요즘의 생활루틴은 나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고난 두뇌나 공부의 양이 아닌 ‘혼자 있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아 질수록 자신의 미래는 빠르게 변한다.
사람은 완전할 수 없다. 부족한 몸과 마음에 한 단계씩 쌓아가는 배움만이 지금, 이 순간에도 불완전한 나를 온전히 충만해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