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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미노 May 18. 2024

식전빵 먹고 30km 대장정

로그로뇨부터 나헤라까지

순례길 8일차

그늘 없는 땡볕길이 걱정되어 점점 일찍 나서게 된다. 로그로뇨는 해뜨기 1시간 전에 출발해도 가로등이 많아서 헤드램프가 필요 없다. 작은 마을인 경우 이 시간이라면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걸어야 한다. 혼자 다니는 순례자들은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며 새벽에 무서우면 같이 걷자고 하기도 한다. 나는 괜찮다고 했더니 용감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용감한 게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서요. 
동물 친구들

Parque de La Grajera라는 공원에서 아침 산책을 나온 동물 친구들이 꽤 보였다. 루카는 새보다 토끼나 청설모에 관심이 있지만 그렇다고 짖거나 쫓아가지는 않는다. 오른쪽 사진에 있는 새는 루카가 있건 말건 자리를 지켰다. 

평화롭고 고요한 호수

공원 내 호수가 낚시 포인트이기도 한데 잉어나 송어류가 많이 잡힌다고 들었다. 우리가 갔던 평일 아침에도 낚시를 즐기는 아저씨들이 있었다.

Navarrete의 Café Monkey

12km쯤 걸었나. 나바레테 성당 근처의 카페 몽키에서 아침으로 늘 먹는 또르띠야랑 코르타도를 주문했다. 구글 평점 4.5인데 후기에 나온 대로 가격이 착하고 맛도 괜찮은 편. 빵은 거의 다 루카를 줬고, 또르띠야는 짭짤해서 자제했다. 

Café Monkey
주소 : Calle Ctra. de Logroño, 26370 Navarrete, La Rioja
비용(24년4월) : 또르띠야 & 커피 총 €3.30
나바레테 성당 앞
루카 걷는 거 거부? 안고 다니는겨?

배를 채우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겨 성당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가족 카톡방에 올라간 사진을 보고 엄마는 앞뒤로 10kg를 들고 있다며 혀를 찼다. 

한국인 순례자의 情

나헤라까지 10km 남겨두고 또 바르에 들렀다. 스무디가 5로 생각보다 비쌌는데 냉동망고에 오렌지도 착즙이 아니라 실망했다. 아까워하던 중 생장에서 알게 된 남수님이 루카를 위한 치킨과 삶은 계란을 나눠주셨다. 간식으로 빵만 먹던 루카가 드디어 단백질 섭취를 할 수 있겠구나. 한국인 순례자의 정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털북숭이에게는 4월도 덥다

반려견 동반 순례길(프랑스길)은 4월이 최적기라 생각된다. 여름은 너무 덥고 4~5월, 9~10월을 많이 추천하는데 통계를 보면 10월보다는 4월이 사람이 적다. 나폴레옹길이 4월에 열리고 계절로 봐도 더 화사한 봄이다. 5월에 눈이 오는 날도 있긴 했지만 루카는 더위보다 추위에 강해서 괜찮았다. 

단백질 보충

남수님이 주신 닭고기를 먹고 루카가 진짜 더 힘을 내서 걷는 게 느껴졌다. 성격상 평소라면 괜찮다 하며 거절했을 것 같은데 순례길에서는 무엇이든 감사하게 받게 된다. 포장지에는 전자레인지 조리라고 나왔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그늘에서 달콤한 휴식

지도를 보려고 잠시라도 멈추면 루카는 쉬는 줄 알고 바닥에 '철푸덕' 앉는다. 화장실에 가거나 주문하고 나오면 그 사이 잠들기도 한다. 그럴 때는 뭔가 짠하면서도 귀엽고, 잠자리에 대해 까다로운 편이 아니라 고맙다. 예민한 댕댕이들도 연달아 20~30km 걸으면 기절할지 궁금해진다.

나헤라의 Hostal Hispano

체크인할 때 단순히 열쇠만 건네주는 곳도 많은데 Hostal Hispano는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다음 날 순례길에 합류하는 지름길, 테라스가 있는 식당, 꼭 방문해야 될 성당, 그리고 양말을 살 수 있는 스포츠 매장까지.  

Hostal Hispano
주소 : C. Duques de Nájera, 4, 26300 Nájera, La Rioja
사이트 : https://www.booking.com/Share-0jf2KH
비용(24년4월) : 싱글룸 €42.30, 반려견 추가 €6
Hostal Hispano 내부

싱글룸은 깔끔했고 부족함이 없었다. 사실 알베르게 다인실을 경험한 후에 개인실이라면 만족하게 된다. 루카 없이 혼자 왔다면 달랐을까? 매일 다인실에 묵는 순례자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오래 버텨준 양말

숙소에서 알려준 Deportes San Lorenzo에서 드디어 양말을 구입했다. 더 제대로 된 트레킹 양말도 많았지만 한 켤레에 20가 넘어서 나이키 1세트로 골랐다. 계속 크록스를 신고 다닐 거라 좋은 양말이라도 구멍이 날 것 같았다. 맨발로 30km 걸은 루카, 오늘은 마사지를 더 오래 해줘야겠다. 

Deportes San Lorenzo
주소 : C. Constantino Garrán, 10, 26300 Nájera, La Rioja
비용(24년4월) : 나이키 양말 1세트(3켤레) €12.90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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