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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미노 Apr 15. 2024

반려견과 함께하는 순례길 루틴

부르게테부터 수비리까지

호텔로이수 조식

피레네산맥을 넘은 다음 날이니 조식을 먹어줘야 하지 않을까? 호텔에 체크인할 때 조식 추가 여부를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더니 반값 제안을 받아서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5 조식 뷔페는 흔치 않아서 패스하면 아쉬울 것 같았다. 따로 카페를 찾지 않아도 카페인 수혈을 할 수 있고, 루카 챙겨줄 햄&치즈가 넘쳐났다.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 뷔페

반려견 동반 숙소를 찾다 보니 알베르게보단 호텔에 묵게 되어서 숙박비가 일반 순례자보다 훨씬 많이 든다. 그래서 다른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식비다. 계산해 보니 10일 차까지 1끼당 €5를 썼다. 순례자메뉴(메뉴델디아)만 주문해도 €14인 걸 생각하면 꽤 절약했다. 커피나 콜라를 안 마시면 더 줄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포기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챙겨간 기념품

펫프렌들리 숙소여도 식당은 출입 금지라 루카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햄&치즈 냄새를 맡고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강아지랑 다니면 순례자들이 한 번이라도 더 말을 걸어주고 더 쉽게 기억해 준다.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 상황이 있을듯해서 책갈피(개당 1200원)를 10개 챙겨 왔다. 내가 갖고 다니기에도 받는 분들 입장에서도 부담되지 않는 무게다. 첫 책갈피 선물은 호텔로이수에 남겼다.

모닝 산책

부르게테부터 수비리까지는 약 19km. 전날에 비해 거리는 줄었지만 체력 회복이 되지 않았을 테니 루카가 걱정되긴 했다. 그런데 초반부터 말똥에 구르고 개울에 첨벙첨벙하고 신난 모습이라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올레길을 걸을 때랑 비슷하게 걷는 속도는 뒤로 갈수록 나보다 쳐졌다.

마을마다 쉬어가기

부르게테부터 다음 마을까지 3.6km, 그리고 또 다음 마을까지는 5.1km다. 첫 번째 마을인 Espinal에서는 잠시 멈춰 물을 마시고, 두 번째 마을인 Bizkarreta에서는 카페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했다. 배낭을 내려놓으면 루카도 엎드려서 쉴 자세를 취한다.

각자의 행동식

절반 정도 왔을 때 나는 에너지바, 루카는 사료 한 그릇을 먹었다. 평소에는 하루 두 끼를 주지만 순례길에서는 최소 세끼를 준다. 과거 여행 패턴을 볼 때, 루카는 한국에 돌아가면 아마 몸무게가 늘어나있을 것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목적지가 보일 때쯤 찍은 사진이라 그런가 표정이 밝다. 루카가 현실과 다르게 대형견처럼 나왔지만. 순례자 중에는 힘들게 걷는 분들도 계시고, 혹은 무언가 생각에 잠겨 보이는 분들도 있다. 사진을 부탁해도 흔쾌히 들어주시겠지만 대부분 10초 타이머 설정으로 찍는 편이다.

중세 다리 위에서 찍은 풍경

수비리 입구에 있는 중세 다리를 건너면서 마을 사진도 남겨본다. 엄마랑 프랑스길을 걸었을 때는 그래도 마을 구경을 좀 했는데. 이번에는 워킹홀리데이(?)라 숙소에 도착하면 루카가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노트북을 켠다. 레드불 한 캔 마시며 업무를 시작할 때 스스로가 대견하다.

수비리의 알베르게 잘디코

알베르게 잘디코는 이메일 예약을 했고 현장에서 €45를 지불했다. '알베르게 잘디코'는 다인실에다 반려견 동반이 되지 않아 실제로 묵은 곳은 '펜션 잘디코'다. 도착한 날이 토요일이라 마트가 일찍 닫는데 리셉션에서 마트 영업시간이랑 테라스가 있는 식당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You’re the first Korean with a dog!

이 날 같은 숙소에서 만난 순례자들은 전부 한국인이었다. 그만큼 순례길을 찾는 한국인 비율이 꽤 높다. 강아지랑 걷는 것도 놀라운데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는 더 놀란다.

루카가 더 잘 쓰는 침낭

잘디코는 전체적으로 쾌적한 환경이었고 침대가 다른 숙소보다 넓다. 우리가 배정받은 2인실에서 루카가 사용할 침대에는 침낭을 깔았다. 순례자라면 네이처하이크 경량침낭이 국룰인 듯. 개털 때문에 침낭보다는 루카 매트 역할을 하고 있다. 순례길이 끝나면 패킹리스트를 따로 포스트로 정리할 예정이다.

흔치 않은 무료 세탁기 & 캡슐커피

이때는 몰랐는데 알베르게에서 세탁기 무료 사용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세탁기는 4유로, 건조기도 4유로 정도 해서 빨래를 모아서 비용을 나누기도 한다. 세탁기 위에 셰이커병은 세제인데 저것도 무료로 제공되었다. 돌체구스토 캡슐커피도 많이 있어서 2~3잔 마셨다. 만약 수비리에 또 간다면 숙소는 주저 없이 잘디코를 선택할 것이다.

Albergue Zaldiko
주소 : Calle Puente de la Rabia, 31630 Zubiri, Navarra
이메일 : reservas@pensionzaldiko.com
홈페이지 : alberguezaldiko.com
비용(24년4월) : 개인실 €45 
눈에 띄는 교재들

안내해 주시는 분이 서툰 발음이지만 '안녕하세요'로 인사를 건네셨다. 거실 책장에는 한국어로 된 '중학영문법'과 '디딤돌 초등수학'이 보였다. 여기저기 구경하던 중 세탁기 종료음에 후다닥 (다른 분이 차지하기 전에) 빨래를 돌리러 간다.

바게트 먹방

숙소에서 추천해 준 레스토랑이 아닌, 그냥 제일 가까운 bar에서 또르띠야를 주문했다. 계란 감자 오믈렛에 바게트 한 조각이 같이 나온다. 또르띠야는 어느 식당에서 주문해도 평타는 치는 것 같다. 가격이 착하고 나에게는 한 끼 식사가 된다. 남은 바게트는 루카를 위해 챙겨간다.

순례길 산책 Day 2

이렇게 순례길 산책 둘째 날도 잘 해냈다. 루카의 피로 누적으로 언젠가는 구간 점프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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