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 있었던 일
몰랐는 걸 어쩌겠습니까
한 때 구미지역을 담당할 때였다. 영업관리자로 발령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한 신입 사원이었다.
한 날 장비가 오래돼서 고급 아이스크림 냉동고가 고장이 났다.
* 고급 아이스크림이라 함은 나뚜루, 하겐다즈와 같은 값비싼 아이스크림을 말한다. 수직냉동고에 보통 진열되어 판매된다.
점주님은 고급 아이스크림을 일반 아이스크림 냉동고(노벨티 케이스)로 옮겼다. 그러다 보니 노벨티 장비가 가득 차버렸다.
"지금 노벨티 장비 터질라고 한다. 빨리 냉동고 바꿔줘!"
여대장부 스타일이신 점주님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네, 점주님 견적서 보내줘서 결재 올려놨으니 바로 조치될 거예요!"
나는 견적서를 받자마자 바로 장비 교체에 대한 결재를 상신했다. 그리고 알아서 처리되겠거니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점주님이 전화 와서 소리를 막 지르셨다.
"지금 고장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교체를 안 해주는데, 아이스크림 발주를 지금 하나도 못하고 있잖아!"
"헉. 그래요? 제가 진행상태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나는 더 이상 못 기다려, 내 친구가 상무랑 친한데 빨리 새 걸로 바꿔달라고 이야기할 거야"
* 상무는 우리 지사에서 가장 높은 직급을 가진 직장 상사이다.
점주님은 실제로 친구를 통해 이야기를 했었고, 역으로 상무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초지종 사정을 설명하고 새장비로 빠르게 교체되었다.
나는 팀에서도 욕먹고 점주님한테도 욕을 먹었다. 여름인데 냉동장비 입고가 늦어졌으니 점주 입장에서 화가 날만 했다.
늦어진 이유는 알아보니 중고장비 교체로 올렸는데, 중고장비 센터에 남아있는 재고가 없어 다른 중고장비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계속 늦어진 것이었다.
나는 새장비로 바꿔도 되는 줄 알았으면 새장비 교체 결재를 올렸을 텐데 조금 억울했다. 왜냐하면 지난번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새장비 교체 결재를 올렸더니 중고장비를 우선으로 올리라고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같이 중고장비센터에 재고가 없을 경우에는 새장비를 올리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당연 결재를 올리고 내가 알아서 중고장비센터에 재고가 있는지도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혼이 나고 업무를 하나 배웠다. 중고장비 교체를 우선으로 하되 센터에 재고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 단위로 장비가 언제 오는지 체크하고 경영주(점주)에게 안내를 해줘야 한다. 중고장비가 없다면 새장비 교체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당연히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그때 그렇게 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영업관리자 생활 첫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점주에게 무관심하고 일 못하는 영업관리자로 찍힐 뻔했다. 다행히 뒤끝 없는 점주님이라 그 일 이후 무탈 없이 잘 지냈다.
역시 사람은 현장에서 직접 겪어봐야 머릿속에 크게 남는 것 같다. 이렇게 배워놓으니 앞으로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빠르게 잘 대처할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