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블랙의 사랑> (1998)
영화 줄거리
윌리엄 페리쉬는 한 회사의 회장입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딸 두 명이 있었죠.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윌리엄 페리쉬는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윌리엄이 했던 말을 다시 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yes..라는 말을 윌리엄의 귀에 속삭이죠. 목소리가 들리는 것에 혼란스러워하던 윌리엄의 집 앞에 목소리의 주인공이 찾아옵니다.
죽음이었죠. 윌리엄의 둘째 딸인 수잔이 아침에 커피숍에서 만났던 남자의 몸을 빌린 죽음이었습니다. 죽음은 윌리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죠. 자신에게 세상을 구경시켜 주면 윌리엄에게 시간을 더 주겠다는 제안이었죠. 윌리엄은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윌리엄은 이 제안을 수락합니다.
가족들에게 조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죽음은 그날부터 윌리엄과 동행하며 세상의 여러 것들을 구경합니다. 윌리엄의 회사에도 방문하고, 식사를 함께하기도 하고 윌리엄의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조 블랙은 윌리엄의 둘째 딸인 수잔과 사랑에 빠집니다. 의사였던 수잔의 병원에 찾아가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죠. 수잔은 어리숙한 매력을 가진 조에게 푹 빠집니다.
윌리엄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동시에, 조와의 사랑에 빠진 수잔을 걱정하죠. 조는 수잔에게 사랑을 느끼고, 함께 가기를 원합니다. 딸을 데려가는 것은 딸의 죽음을 의미하기에, 윌리엄은 조에게 진정한 사랑은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서로에게 솔직한 것이라 말하죠.
그 말을 들은 조는 수잔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수잔이 사랑했던 것은 커피숍에서 만났던, 조 블랙이 몸을 빌린 남자라는 걸 알게 되죠.
조 블랙은 커피숍에서의 추억을 간직해 주겠단 말을 전하고, 떠날 준비를 합니다. 윌리엄은 수잔을 진심으로 사랑한 조의 선택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조 또한 사람으로서의 여행에서 많은 걸 느끼게 해 준 윌리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그 둘은 함께 떠납니다.
그리고 조는 수잔에게 한 약속을 지킵니다. 커피숍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이었죠. 조는 예외를 만들어 몸을 빌린 남자를 살려줍니다. 수잔과 그 남자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 후기
굉장히 잔잔하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큰 영화다.
잔잔한 내용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축제 같은 불꽃놀이를 등 뒤로 하고 끝을 향해 걸어가는 두 남자와 불꽃놀이를 보여 앞으로 걸어가는 두 남녀.
삶의 의미를 고민해보게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 불꽃놀이 장면이었다. 이 영화가 담고 싶어 했던 의미를 압축해놓은 것처럼 느껴졌던 장면이다. 윌리엄과 조 블랙은 불꽃놀이를 뒤로 하고, 생을 끝내러 간다. 불꽃놀이가 한창인데, 불꽃놀이를 등지고 다리를 넘어 생을 끝내러 간다. 그리고 조 블랙이 살려준 남자는 불꽃놀이를 보며 다리를 건너온다.
두 장면 모두 삶이 축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느껴졌다. 축복 같았던 삶을 뒤로하고 생을 마감하는 윌리엄과, 축복 같은 삶을 얻은 남자를 다리를 건너가고 건너오는 방식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윌리엄 페리쉬와 같이 우리는 항상 죽음과 동행하는 삶을 산다. 윌리엄 페리쉬는 마지막까지 삶에 대한 미련은 보이지 않았다. 죽음과 누구보다 가까이 있음에도,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정리했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딸을 보살피고, 회사를 신경 썼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후회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오랫동안 질문하게 되는 영화다.
특히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영화이다. 삶에 있는 윌리엄 페리쉬도, 죽음인 조 블랙도 가장 관심 있어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솔직할 것 등 삶의 끝까지 후회 없이 그들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한다.
윌리엄은 자신의 딸에게, 조 블랙은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자에게 마지막까지 마음을 다한다. 그들이 실천한 사랑은 어렵지 않지만, 대단한 것이었다. 함께 춤추는 것, 저녁식사를 하는 것, 꽃다발을 준비하는 것 모두 그들의 사랑이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변질되었다고 느껴지는 요즘, 마음을 다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리고 전할수록 깊어지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