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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Nov 02. 2024

아침에는 들뜨는 약을, 저녁에는 잠이 드는 약을

내일이 기대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내일이 기대되는 삶.

아침에 눈뜨면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설레고

잠들기 전에는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긍정과 세상의 따스함에 대한 믿음이 있는 ..


약물로 얻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러고 싶었다.

활기차게 사람들을 대하고 싶었고

내 숫기 없음으로 인해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하는 것, 어디 아프냐는 걱정 그만 듣고 싶었다.

밤에 안주 없이 소주병을 침대 위에 두고 컵 없이 반 병 정도 마시다가 꾸무럭 잠드는 일상 그만하고 싶었다.

하고 싶다는 말은 결핍을 의미한다.


나는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설레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다만 퇴근 후 누워있을 것만을 기대한다.

퇴근 후 냉장고에 있는 과자를 기대한다.

퇴근 후 딱히 편하지 않은 침대에서 뒤척이다 술 마시고 잠드는 게 전부이면서.


나흘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의 극도의 물에 젖은 듯한 무기력이 나아졌다.

약을 먹기 위해 일어설 힘조차 없던 내가 산책을 다녀오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아이패드 선을 찾아 충전을 한다. 마트에도 다녀와서 막창볶음을 샀다.

누구보다 내가 예민하게 느낀다.


술을 먹지 않고 잠드는 내가 좋다.

졸리지 않아도 술을 마시지 않고 참아본다.


내일은 수영장에 다녀와야지.

친구가 준 오징어짬뽕에 친구 어머니가 주신 김치를 먹어야지.

그리고 밀린 책을 읽고 영화를 봐야지.

프랑스어와 우쿨렐레를 공부하고 일주일 밀린 설거지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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