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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Dec 27. 2020

올해도 어떻게든 지나갔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연말정산

 2020년의 마지막 일요일. 매년 스스로 연말 정산을 하곤 했는데 작년부터 일요미식회 친구들과 간단한 연말정산을 하고 있다. 올해는 못할 줄 알았는데 줌 회의를 통해 장장 3시간 동안 연말 정산을 했다는 건 안 비밀. 만나서 하고 싶었는데 이놈의 코로나.

1. 올해의 성공 - 결혼식

 올해의 단어는 코로나라고 적었는데 그다음은 결혼식이었다. 결혼이 아니라 결혼식인 이유는 1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때문에 작년 5월부터 준비한 우리의 결혼식을 연기해야 할지 고민했으니까.

 연기 없이 예정된 일자에 진행한 결혼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 한 일 중 제일 잘한 일이었다. 당시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의 공존이었고, 많은 분들의 축하 속에 우리만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결혼식을 했던 것. 올해의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 올해의 실패 - 커리어 그리고 이직

 올해 초에 봤던 사주에선 분명히 올해 명예운이 있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올해 명예운을 어디에 갖다 썼는지 모를 정도로 커리어를 망쳤다. 완벽한 실패. 컨텐츠 기획자로 입사했다며 앞으로 이 회사에서 컨텐츠를 할 생각은 정말 없을까요?라고 물었던 티타임에 팀장님은 앞으로 우리 회사에선 자체 컨텐츠는 없을 거라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커리어 실패를 막고 싶어 이직을 해볼까 하고 살짝 발만 담궜다가 회사 밖은 시베리아급 추위라는 것을 깨닫고 올해는 몸을 사리기로 했다. 코로나 발 강풍이 컨텐츠 쪽을 강타해서 있던 T.O도 없어지는 상황이었다. 내년에는 이 강풍이 부디 나아지길 바라며 2021년의 성공이 이직이 되길 바란다.


3. 올해의 공간 -

 미식회 5명 중 3명의 키워드가 집이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공간은 ‘집’이 아니었을까 싶다. 집이 그저 잠자는 공간이었다면 2020년은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잠자는 공간에서 나아가 현실적으로 하루 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정리’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오죽하면 TV 프로그램에도 집과 관련된 내용들이 흥하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사고파는 중고 판매 관련 앱 서비스도 급상승했다.

 나 역시 3월에 신혼집으로 들어오면서 이 집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낼 거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내가 다음 집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가구를 고르고 배치할지, 어떤 집을 고르면 좋을지 등의 기준을 만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와의 첫 번째 집에 이렇게 오랜 시간 머물러 이 집에 대한 애착은 클 수밖에 없겠지.


4. 올해의 취미 - 요리

 나는 요리와는 연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요리에 대한 즐거움을 깨달았다. 우리 부부는 각자가 먹고 싶은 요리를 해주는 걸 좋아하는데 약 9개월 동안 우리가 했던 요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버섯전골’과 ‘바지락 술찜’.

 답답한 공기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줬던 요리들. 내년에도 맛있는 거 많이 해 먹자!


 2020 연말 정산은 코로나로 많은 것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일상 속에선 다양한 즐거움과 행복이 있었고,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행복한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에 “2020년도 이렇게 지나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이 지워졌으면 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인생은 계속될 거다(Life goes on).

 친구가 들려준 2020년 문장을 인용하여, 올해 저의 글을 겪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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