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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an 11. 2021

사소하지만 행복한 일상

이 험난한 세상 속 함께 할 사람

- 나는 셔틀버스가 코너를 지나 회사가 보이면 그때부터 너무 싫어.

-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준비하는 순간, 지하철에서 내려서 언덕을 걸어 올라가는 순간 모두 싫어.


 요새 우리 부부는 회사 생활에 위기가 심한 편이다. 정확히 말하면 둘 다 직무 때문인데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신랑이 안쓰러운데 신랑은 내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내가 하도 싫다고 하니 금요일에 신랑이 회사로 데리러 왔다.


 솔직히 마음이 반반이었다. 와주면 너무 위로가 될 것 같지만 이 추운 날 신랑이 나오는 건 좀 많이 미안하니까. (금요일은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하지만 막상 신랑이 와주니 안 그래도 행복한 금요일 퇴근길이 너무 행복했다. 지하철 타고 둘이 집에 오며 같이 인터넷도 보고 웃으니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기분도 나고, 둘이 역에 새로 생긴 호두과자 집에서 주전부리를 사들고 아이처럼 웃으며 장난치기. 게다가 연애 때처럼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 같은 집에 들어가 저녁도 먹고. 진짜 최고야! 하는 순간.


 결혼이라는 제도로 서로를 엮는다는 것이 둘만의 관계뿐만 아니라 가족과 가족이 만난다는 것, 서로에게 권리와 의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불합리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등의 아이러니함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둘이 좋아 평생을 함께 한다는 약속만 두고 보자면 이 험난한 세상 속에 고난과 역경을 같이 헤쳐갈 사람이 생긴다는 것. 사소하지만 따뜻한 순간만으로도 행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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