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검진받은 후기
평화로운 주말 아침, 회사 메신저가 울렸다. 병원에서 나오는데 문자메시지로 업무 협조 요청이 와서 들여다보고 있던 중이라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열어봤더니 옆 자리 동료 아버님이 확진 판정을 받으셔서 지금 검사를 받으러 가는 중이라는 연락.
너무 놀랐지만 대가족이 사는 집이라 우리 동료부터 걱정되었고, 이제 내 차례. 처음 겪는 일이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제 같이 점심식사할 때 누구누구 있었더라?부터 내가 마스크를 썼나? 까지.
원래 그날 오후엔 친한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친구 아들의 생일이었어서 생일 선물을 들고 짜잔! 하려 했는데 대역죄인의 마음을 안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이후 친구 아들이 코로나 검사받아본 유경험자로 얼마나 아픈지 설명해주던 중, 열네 밤 뒤에 보자고 하니 갑자기 아이의 울음이 터져버렸다. 아니 코로나가 뭐라고 4살 아이에게 이 모든 걸 설명하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하다. 안 그래도 그 맘 때는 또래 친구들과 놀기도 해야 하는데 유치원에 확진자가 나왔어서 이제 유치원도 보내지 못한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나 더더욱 미안해질 따름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뒤, 팀장님의 메시지를 받고 우리도 검사를 받으려고 집 근처 선별 진료소를 찾았다. 뉴스에서 볼 때는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막상 우리가 대상자가 되니까 찾아보게 된다. 토요일에는 선별 진료소가 적고, 운영 시간도 짧다. 근처 보건소에 갔더니 오늘은 점심시간에 번호표 배부가 끝나서 검사가 불가하다고 한다. 하다 하다 검사받으러 가서도 웨이팅이 있다니. 구청 재난안전처에 전화하여 다른 선별 진료소를 여쭤보고 차를 돌렸다. 생각보다 깊숙이 찌르는 면봉. 백신 맞기 전에 한 번은 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검사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지 뭐람.
다음 날, 우리 예상대로 음성으로 판정받았지만 설마 했던 일이 헉! 하고 다가온 날. 무엇보다 확진일 경우 나와 신랑의 동선을 이것저것 생각하며 다행히 집 - 직장 - 집으로 간단했던 걸 천만다행이라 여겼다. 진짜 턱 밑까지 찾아온 것 같아 정신이 혼미했던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