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 May 23. 2021

작년엔 뭘 입었을까.

아마 벗고 다니진 않았을 텐데.

 나 작년엔 벗고 다녔나? 입을 옷이 없어.

신랑과 내가 짐을 합치며 제일 걱정했던  . 나의 옷이 신랑에 비해 현저히 많았고 추억 팔이하며 갖고  옷들도 많았기 때문. 근데도 매일 우리는 입버릇처럼 달고 있다.  옷이 없지?


 유튜브로 ‘기쁨라사’라는 콘텐츠를 정말 재밌게 봤다.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배정남씨가 고객의 TPO에 맞는 그리고 체형을 커버할 수 있는 코디를 선보이는 내용인데 연예인 외에도 일반인이 직접 신청하여 다양한 코디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대단하다 생각했다. 원래도 신랑 코디해주는 걸 좋아하는 나는 더 빠져들 수밖에.


사실 옷은 이렇게 많은데 입을 옷이 없는  말이 안 된다. 그럼 작년엔 벗고 다녔게? 아마 머릿속에 박힌 틀을 깨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남의 시선도  몫했을 거고. 우리 회사엔 내가 핀턱 슬랙스를 입었더니 막 입고 다닌다고 평하는 사람이 있거든. 다행히 나는 핀턱 슬랙스 핏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전에 친구가 예쁘다 말해준 덕에  바지는 지켜냈다. .


 게다가 달라진 체형도 있었다. 결혼하고 1년 만에 5킬로가 쪘다. 즐겨 입던 스키니도 안녕, 바지를 5개는 못 입어서 렸다. 여름/겨울 청바지를 벌써 4개나 정리했는데 심지어 그중 2개는 비싼 브랜드 청바지였다. 진짜 운동해야 하는데 운동은 진짜 친해지려야 쉽게 친해질 수가 없다.


 어렸을 때는 유행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오래 입을 제품들을 사곤 한다. 질리지 않는 기본 아이템은 서로 매치해서 입기도 좋다는 걸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작년에 뭐 입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기본 아이템으로 일주일을 입을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해보고 직접 매칭해보기도 하고, 아쉽게도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애착 아이템을 버릴 땐 비슷한 제품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제 2년마다 옷장을 정리할 땐 작년에 이걸 입었나? 하고 되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작년에 안 입었다면 미련 없이 놓아주려고 노력하기. 그렇게 옷장이 점점 취향껏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베이직한 아이템도 더 많아지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경우도 생기고 말이지.


 앞으로 내 옷장엔 어떤 아이템들로 채워지게 될까. 나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남들 시선에 좌지우지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나의 베이직 아이템들로.

 



작가의 이전글 갖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