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벗고 다니진 않았을 텐데.
나 작년엔 벗고 다녔나? 입을 옷이 없어.
신랑과 내가 짐을 합치며 제일 걱정했던 건 옷. 나의 옷이 신랑에 비해 현저히 많았고 추억 팔이하며 갖고 온 옷들도 많았기 때문. 근데도 매일 우리는 입버릇처럼 달고 있다. 왜 옷이 없지?
유튜브로 ‘기쁨라사’라는 콘텐츠를 정말 재밌게 봤다.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배정남씨가 고객의 TPO에 맞는 그리고 체형을 커버할 수 있는 코디를 선보이는 내용인데 연예인 외에도 일반인이 직접 신청하여 다양한 코디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대단하다 생각했다. 원래도 신랑 코디해주는 걸 좋아하는 나는 더 빠져들 수밖에.
사실 옷은 이렇게 많은데 입을 옷이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럼 작년엔 벗고 다녔게? 아마 머릿속에 박힌 틀을 깨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남의 시선도 한 몫했을 거고. 우리 회사엔 내가 핀턱 슬랙스를 입었더니 막 입고 다닌다고 평하는 사람이 있거든. 다행히 나는 핀턱 슬랙스 핏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전에 친구가 예쁘다 말해준 덕에 그 바지는 지켜냈다. 휴.
게다가 달라진 체형도 있었다. 결혼하고 1년 만에 5킬로가 쪘다. 즐겨 입던 스키니도 안녕, 바지를 5개는 못 입어서 버렸다. 여름/겨울 청바지를 벌써 4개나 정리했는데 심지어 그중 2개는 비싼 브랜드 청바지였다. 진짜 운동해야 하는데 운동은 진짜 친해지려야 쉽게 친해질 수가 없다.
어렸을 때는 유행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오래 입을 제품들을 사곤 한다. 질리지 않는 기본 아이템은 서로 매치해서 입기도 좋다는 걸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작년에 뭐 입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기본 아이템으로 일주일을 입을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해보고 직접 매칭해보기도 하고, 아쉽게도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애착 아이템을 버릴 땐 비슷한 제품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제 2년마다 옷장을 정리할 땐 작년에 이걸 입었나? 하고 되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작년에 안 입었다면 미련 없이 놓아주려고 노력하기. 그렇게 옷장이 점점 취향껏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베이직한 아이템도 더 많아지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경우도 생기고 말이지.
앞으로 내 옷장엔 어떤 아이템들로 채워지게 될까. 나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남들 시선에 좌지우지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나의 베이직 아이템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