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 Oct 19. 2022

아무튼 퇴사

그러나 엄청난 싱숭생숭을 곁들인.

 9월의 마지막 날. 이제 10월이면 입사 4년을 앞두고 있는 오늘. 나는 퇴사를 말했다.


 4년 전 언젠가 이 회사에 다니며 안정을 찾았다는 글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는 안정을 버리고 커리어 확장을 목표로 이직을 결심했다. 사실 브랜딩이나 마케팅과는 별개로 여기와 마찬가지일지는 아직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그래도 나는 안정적인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환승 이직이긴 하지만.


 사실 ‘이 회사가 싫어서.’라는 간단한 이유보다 직무 전환의 목적이 퇴사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였다. 뭐 당연히 회사가 좋으면 이 직무 그대로 안정적인 부분을 더 높게 쳤을 테지만 커리어를 중요시 생각했던 나는 아무래도 지금 회사에서 안정적인 업무에는 만족을 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4년 전에 이 회사에 와 작성했던 글을 발견하고 뒤통수 한 대 크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때는 안정적인 이 회사에 너무나도 만족했던 터라 아주 긍정 긍정 열매가 가득했는데, 그 이후에는 “회사에 가기 싫다.” “목표가 없다.” 등의 부정적인 글들이 가득했다. 솔직한 성격이 글에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반영되다니.


 막상 회사에 퇴사 의사를 알리고, 팀원들에게 전달할 인수인계 문서를 준비하며 마음이 더 뒤숭숭했다.

4년 동안 너무 많은 히스토리를
껴안고 있었던 건 아닐까.

 회사에 가기 싫었던 이유도, 업무의 목표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도, 스스로가 히스토리를 혼자 짊어지고 있어야 한다고 은연중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일을 책임지고 해내야만 한다는 그 압박감도,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내 커리어를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욕심도 어쩌면 업무 중 나를 갉아먹은 장본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에 땅굴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처음으로 했던 저녁회식 사진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팀원들이 있었기에 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옆에서 같이 해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주는 팀원들을 만난 건 이 회사에서 업무 한 인생에서 성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신규 사업을 시작하고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협업 툴을 배울 때도, 한 번 열면 컴퓨터가 다운될 정도로 페이지 수가 많았던 신규 서비스 기획안을 볼 때도, 난생처음 겪어보는 매출 보고와 수동 정산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의 힘들고 고된 기억들은 다음에 들어 올 나의 미래 팀원들을 위해 ‘까라면 까’식의 업무들을 해왔던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로 했다.

햇볕 좋은 날 팀원들과 옥상 그림자샷

 요새 퇴사로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퍼블리에서 나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곤 한다. 나보다 몇 년 먼저 산 사람들은 이러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며 내가 겪고 있는 이 사춘기적인 고민을 해결해보고 싶다.


 아무튼, 퇴사가 다가오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애착 가디건을 아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