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엄청난 싱숭생숭을 곁들인.
9월의 마지막 날. 이제 10월이면 입사 4년을 앞두고 있는 오늘. 나는 퇴사를 말했다.
4년 전 언젠가 이 회사에 다니며 안정을 찾았다는 글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는 안정을 버리고 커리어 확장을 목표로 이직을 결심했다. 사실 브랜딩이나 마케팅과는 별개로 여기와 마찬가지일지는 아직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그래도 나는 안정적인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환승 이직이긴 하지만.
사실 ‘이 회사가 싫어서.’라는 간단한 이유보다 직무 전환의 목적이 퇴사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였다. 뭐 당연히 회사가 좋으면 이 직무 그대로 안정적인 부분을 더 높게 쳤을 테지만 커리어를 중요시 생각했던 나는 아무래도 지금 회사에서 안정적인 업무에는 만족을 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4년 전에 이 회사에 와 작성했던 글을 발견하고 뒤통수 한 대 크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때는 안정적인 이 회사에 너무나도 만족했던 터라 아주 긍정 긍정 열매가 가득했는데, 그 이후에는 “회사에 가기 싫다.” “목표가 없다.” 등의 부정적인 글들이 가득했다. 솔직한 성격이 글에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반영되다니.
막상 회사에 퇴사 의사를 알리고, 팀원들에게 전달할 인수인계 문서를 준비하며 마음이 더 뒤숭숭했다.
4년 동안 너무 많은 히스토리를
껴안고 있었던 건 아닐까.
회사에 가기 싫었던 이유도, 업무의 목표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도, 스스로가 히스토리를 혼자 짊어지고 있어야 한다고 은연중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일을 책임지고 해내야만 한다는 그 압박감도,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내 커리어를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욕심도 어쩌면 업무 중 나를 갉아먹은 장본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에 땅굴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팀원들이 있었기에 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옆에서 같이 해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주는 팀원들을 만난 건 이 회사에서 업무 한 인생에서 성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신규 사업을 시작하고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협업 툴을 배울 때도, 한 번 열면 컴퓨터가 다운될 정도로 페이지 수가 많았던 신규 서비스 기획안을 볼 때도, 난생처음 겪어보는 매출 보고와 수동 정산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의 힘들고 고된 기억들은 다음에 들어 올 나의 미래 팀원들을 위해 ‘까라면 까’식의 업무들을 해왔던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로 했다.
요새 퇴사로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퍼블리에서 나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곤 한다. 나보다 몇 년 먼저 산 사람들은 이러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며 내가 겪고 있는 이 사춘기적인 고민을 해결해보고 싶다.
아무튼, 퇴사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