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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Aug 21.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몽골 2

이틀 밤을 각기 다른 국립공원 내에 있는 게르에서 숙박을 했다. 한 번은 '태를지'라는 국립공원 내에 있는 게르에서 숙박을 했는데, 보이는 건 초원과 한가로이 풀 뜯는 가축들뿐이던 곳들이 국립공원 가까이 갈수록 산에 생김새가 달라지고 없던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산허리를 둘러 나무들이 산과 숲을 이루는 것이 아닌 오로지 바위들로만 산을 이룬 것이 신기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누군가 인공적으로 미를 추가해 현대 감각으로 조성하려 해도 지금처럼 아름답게는 못 만들지 않을까 싶다. 나머지 한 군데 국립공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휴대폰이 전혀 되지 않는 그런 곳, 신이 꾸며놓았을 법한 바위들이 병풍을 치고 있는 산.


공원 입구서 부터 말타기 체험장을 비롯해 숙박을 할 수 있게 만든 게르들이 많았는데 그중 공원 깊숙한 곳 바로 바위 밑에 세워진 게르에서 잠을 잤다.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긴 했지만 전기와 물이 원할이 공급되지 않아 불편했다. 물론 그 여자의 어린 시절 또한 지금에 몽골 못지않게 불편한 삶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불편인지 모르고 산 것처럼 이들도 그렇겠지만 지금의 그 여자에게는 불편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곳에 경치만큼은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을 가졌다. 게르 뒤는 바로 바위 병풍 산이요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 게르 사이사이를 누비며 풀 뜯는 소와 말들. 풍광, 평화로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사실 밤하늘의 별이 하도 예쁘다 하여 별을 보기 위해 국립공원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오지와 같은 곳에(어디를 가나 오지이긴 하지만) 있는 게르를 예약한 것이었다.


새벽 두 시 주위에 불빛이라고는 전혀 없는 시간 (사실 두 번째 날 게르에서는 11시 전에 전기가 끊겼다) 함께 자고 있던 파트너를 깨워 밖으로 나왔다. 옆 게르를 사용하던 모녀는 언제 나왔는지 돗자리를 펴고 누워 별을 감상 중이다. 함께 합석한 그 여자와 파트너도 돗자리에 앉아 반짝이는 별들과 별똥별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떨어지는 별똥별은 소원을 빌 시간조차 주지 않고 순식간에 떨어져 버려 아쉬움을 갖게 했지만 그 아쉬움을 지워줄 만큼 많이 봤으니 미련은 없다. 4시경 밤하늘 수많은 별들 사이로 달이 뜨는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그 여자의 어린 시절 여름밤은 의레 마당에 멍석을 깔고 저녁을 먹었으며 저녁 식사가 얼추 끝날즈음 어스름이 시작되고 마당 끝에 모깃불은 잔잔한 연기를 피워 올린다. 배도 부르겠다 팔베개를 하고 누워 떠오르기 시작하는 별들을 보며 알고 있는 별들이 어디에 있나 찾기 놀이를 시작했었다. 그 시절 국민학교 때까지만이다.


잊고 살았다. 무엇이 그리 바빴을까? 시간, 세월이라는 게 이렇게 쏜살같이 지난 줄 몰랐다.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인생을 후회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뭐 하나 내놓을 만큼 한 것도 없다. 그냥 열심히만 살았다.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자신의 건강을 돌보며 주변도 돌아보고 경험치도 나누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것을 대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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