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손녀
"ㅇㅇ야 뭐 해?"
"지금 일어났어, 왜?"
"너 오늘 뭐 해?"
"일 없어."
"그럼, 우리 아기 좀 봐라"
"그래, 데리고 와."
"1시간 후에 데리고 갈게, "
한껏 여우를 부리며 늦잠에서 깨어 하루를 시작하려는 순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관계로 매일매일 청소에 진심이긴 하지만 갓난아기가 온다 하니 서둘러 집안을 더 깨끗하게 치워야 했다.
그 여자의 친구는 정확히 1시간 후 아기와 아기에게 필요한 분유, 기저귀, 딸랑이, 보온병의 물까지 한 가방 가득 짐 보따리를 떨구며, 아직 간난이인 손녀를 그녀에게 맡기고 5살 된 손자만 데리고 딸네가 휴가를 갔는데 본인의 스케줄에 결혼식이 있었던걸 깜빡했다고 수원 결혼식장 갔다 올 동안만 봐달라는 말과 아기가 잠을 많이 안 자서 고생할 거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1층 현관 앞에서 아기와 짐 가방을 받아 올라왔다. 두꺼운 요를 거실에 깔고 가만히 내려놓았다. 낯선 곳이라 그런가 한참을 거실 장식과 그 여자를 번갈아 가며 눈에 담는다. 낯선 곳에 낯선 사람 불편함에 울 법도 한데 눈동자 굴리기에만 바쁘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 동화 또한 요 주변을 맴돌며 떠날 줄을 모른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 고개만 돌리던 아기가 갑자기 몸을 획 뒤집더니 고양이를 향해 배밀이를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울고 보챌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고양이에 꽂혀 고양이가 움직이는 대로 방향을 틀며 기어 다니니 신기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 여자에게는 손주가 없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스무 살쩍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부터 40이 가까운 지금 까지도 결혼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 여자 역시 아들 결혼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서로가 결혼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여자는 아들이 결혼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 손주를 안아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 여자의 친구 그녀는 5년 전 자신의 첫 손자를 보러 오라고 했다. (사실 아기 보여 달라고 그 여자가 먼저 이야기를 한 상태였다.) 한달음에 달려가 몆 시간을 갓난아이를 보고 온 적이 있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예쁘고 기분 좋아지는 게 손주를 볼 나이가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을 누비던 아기는 한 시간쯤 지난 후 잠투정을 하기 시작했다. 분유를 타서 물리고 잠을 유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정량의 분유를 다 먹었음에도 계속 칭얼거리고 자지 않기에 더운날임에도 등허리에 업어 살랑살랑 흔드니 잠에 빠졌다. 살며시 내려 눕히고 38년 전 아들 키울 때를 생각하며 수건 한 장을 접어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도대체 얼마 만에 아기를 업어보고 달래 보는 것인지...
그 여자가 결혼 생활을 하며 철이 들어가고 정식 어른이 되어감에 철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아들을 키운 것이 후회되고 안타까워 아들이 결혼해 손주가 생긴다면 책임지고 잘 키워 주겠 노라고 약속했는데, 그것도 젊고 건강했을 때 이야기지, 잠깐의 업어 재우는 것도 힘이 드니 이젠 이쁜 손주가 생긴다 해도 못 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기분다운됨도 느꼈다.
'꽃 중에 제일은 인꽃이다'라는 말처럼 아기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럽고 웃음이 절로 나는 존재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도 늦게 하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도 제법 많다. 또한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들과는 많이 다르다. 자란 환경이 다르고 생활 방식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결혼도 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환경적인 요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과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1) 경제적인 지원: 젊은이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결혼하고 아기를 가질 수 있도록, 주거지원, 육아지원, 교육지원 등의 경제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2) 유연한 근로 환경: 젊은이들이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로 시간, 재택근무, 육아휴직 등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3) 교육과 정보 제공: 결혼과 육아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여 그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4) 결혼과 육아를 긍정적인 가치로 인식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고, 어려움이나 고민을 상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위에 나열한 이야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인구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젊은이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서로 다른 세대의 관점을 공유하며 능력과 가능성을 믿어주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변화를 이끌어내고 상생하여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에 아가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