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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Sep 25.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당뇨와 맨발 걷기

두 달 전부터 고지혈증 약을 먹기 시작했다.

4년 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와 걱정을 하며 나름 관리한다고 먹는 것도 조심하고 체육관에도 다녔었는데 어느 순간 체력도 떨어지고 힘들어지면서 운동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코로나도 물러가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공부에 빠져 쉴 틈 없이 돌아치다 보니 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올봄 건강검진 후 집으로 배달된 '종합건강진단소견서'에도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었고 콜레스테롤 수치표 '고치'라는 란에 별표시가 체크된 것 말고는 특별한 말이 없었다. '조금 조심하며 살면 되겠지'라는 생각만 했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은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너무 대충 한다는 생각이 들고 문제가 있을 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문제 된 부분에 체크 표시만을 해서 결과지를 보내주니 보는 입장에서는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나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올봄 건강검진은 조카의 배려로 조카가 다니는 회사의 지정 병원인 그것도 강남에 있는 건강검진만을 전문으로 하는 큰 병원에서 돈도 제법 많이 지불하고 한 것인데 그 병원 역시 결과지만(자세한 내용 없이) 집으로 보내왔다. 그러니 심각성을 전혀 몰랐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모르니 용감하게 한번 후루룩 읽어 보고 방치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건강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방치해서는 안되고 약을 복용하며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다. 바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으며 약속한 날짜에 소견서를 들고 내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꼼꼼히 소견서를 보시더니 "고지혈증 약을 두 달분 드릴 테니 드시고 두 달 후에 다시 피검사하고 뵙겠습니다." 하셨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에 일어나면 약부터 챙겨 먹고 일과를 시작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병원 가서 약 타온지 엊그제 같은데 그새 휴대전화 알림톡이 도착했다.

'월요일 오셔서 혈액검사 하시고 수요일 오후 1시 30분 내원 바랍니다.'


추석 일주일 전 병원에 내원했고 의사는 나에게 콜레스테롤은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공복 혈당이 높은 게 당뇨 전 단계라고 말씀하셨다.

허걱~

열심 약 먹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니, 바로 당뇨 전 단계란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모두 약 복용을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라고 알고 있는데, 고지혈증 약에 자칫 잘못하면 새로이 나타난 당뇨라는  또 다른 복병에 약까지 추가하게 생겼으니 근심 거리가 하나 더 추가되어 걱정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집 근처 걸어서 5분 거리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야트막한 산이였는데 수년 전 평평하게 밀어 벚꽃나무와 자질구래한 나무들을 심어 잠깐의 산책 코스로 만들었던 곳을 올봄부터 포클레인이 공원을 헤집더니 추석 2주 전 '맨발 걷기 길'이란 현수막과 함께 개장 소식을 알렸다. 몇 년 전부터 맨발 걷기가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집 근처 공원이 그렇게 탈 바꿈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는데 이 참에(주위에서도 많이 권했던) 맨발 걷기부터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아니 시간을 만들어 걷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했으니 빨리 걸을 수도 없다. 살망살망 공원 한 바퀴 도는데 5분이 걸리고 걸음 수를 세어보니 한 바퀴 도는데 500보 플러스다. 한번 갈 때마다 10바퀴를 걷는다. 즉 50분에 오천보를 걷고 돌아온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모든 간식을 끈고 잡곡밥에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6개월 후에 뵙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밥대신 먹던 빵과 아이스크림을 끈고 작은 것이지만 걷기부터 시작했다. 물론 첫 숟갈에 배부를 수 없듯이 쉽게 혈당이 잡히지는 않겠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뭐라도 시작해야 했다.


맨발 걷기가 발바닥의 신경을 자극하여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근육을 사용하여 균형을 개선하며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것을 시작으로 균형 잡힌 식단 관리하고 스트레스 관리, 혈당 모니터링, 꾸준한 근육 강화 운동도 할 것이다. 갈 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으니 미래에 자신을 위해서 파이팅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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