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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Nov 27.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복지관의 밥 봉사

매주 화요일 복지관으로 밥봉사를 간다.


타 시에서 지금의 시로 이사 온 지 어언 20년.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이사 오기도 했고 직장에 다니느라 이웃 또는 주변과 담쌓고 살다 보니 가족과, 멀리 떨어진 곳의 살고 있는 친구들이 전부였다.


직장을 그만둔 뒤 동 커뮤니티 센터나 평생 학습관에서 이것저것 배우며 이웃들과 친분도 쌓고 모임도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어 지금의 봉사단체에 들어가게 되었다. 단체의 이름은 '미소나눔'이다.


'미소 나눔'이란 명칭의 단체에서는 하는 일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매주 화요일 복지관 한 곳에서 밥봉사를 하는 것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시에는 가톨릭 제단 수원교구에서 운영하는 '아름채'급식소와,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사랑채' 급식소, 시에서 운영하는 청계 커뮤니티 센터 급식소 이렇게 세 곳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인 청계 급식소에서 매주 화요일로 정해져 있다. 그녀는 '미소 나눔'에 3년 전 여름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후로 쭈욱 이어서 화요일이면 밥봉사를 한다.

어제도 10시 30분에 도착을 했고,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따로 계신다. 조리장님과 영양사님, 보조하시는 분들이 모든 음식을 준비해 놓는다.) 식탁 청소와 티슈 채워 넣기가 끝나면 잠깐의 시간에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시며 오늘의 메뉴는 무엇이고 각자 서서 배실 할 음식을 정한다.


밥을 제일 먼저 푸고 다음으로 김치 종류가 올라가고, 나물 두 가지, 그다음 메뉴는 고기나 생선으로 번갈아 가며 나오는 음식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국을 퍼서 올리면 끝이다. 어제는 깍두기, 과일이 들어간 돌나물 샐러드, 궁채나물, 두부조림, 통태국이 나왔다. 메뉴를 보며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기를 "오늘은 어르신들이 많지 않겠네"이다. 왜냐면 고기반찬이 없기 때문이다. 그날그날의 반찬 메뉴에 오시는 어르신들의 숫자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급식소가 세 군데나 있다 보니 메뉴를 보고 어디를 갈까 정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래도 한결같이 매일 오시는 어르신들이 많아 일주일에 한 번 가서 배식을 하지만 얼굴을 익힌 어르신들이 제법 많다.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급식 카드를 만들 수 있고 세 군데 중 어디서나 이천 원에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하러 오시는 어르신들의 나이는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이는 보습은 모두 젊어 보이고 건강해 보이신다. 간혹 다리를 조금 절거나 손 떨림 현상이 있는 분, 유모차를 끌고 오시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봉사자들이 도와드리므로 크게 문제는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요양보호사님들과 함께 오시는 분들이 한 분, 두 분 늘고 있다. 어제도 그랬다. 올봄까지만 해도 힘들어하시지만 혼자 오시던 어르신이 여름이 되면서 요양보호사님과 같이 오시기 시작했다.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해지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고 , 흐르는 시간 앞에서는 누구도 자만할 수 없음을 느끼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어르신이 있었다. 깡마른 몸에 밥 조금, 반찬은 까다롭게 골랐으며 입에 맞는 반찬도 국물 많이를 요구하셨고 부드러운 반찬도 가지고 다니시는 가위로 잘게 잘라 드시던 어르신이였는데 여름 무렵부터 보이지 않으셨다. 옆에 있는 봉사자에게 "국물 많이 찾는 어르신이 안 오고 계신지 꽤 된 것 같지 않아"라고 했더니 "맞다"하며 조리장님에게 물어보았다.

"그 국물 많이 찾는 어르신 요즘 왜 안 오신데요?"

"아~ 그분! 돌아가셨데요~. 많이 누워 계시지는 않았고, 앓아 누우신지 며칠 만에 가셨다고 들었어요~"

그랬구나.... 드시는 건 까다로우셨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나빠보이지 않으셨는데....


남의 일이 아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겉 모습이지만 알고보면 시니어 딱지를 붙인 그녀보다 더 나이 많은 사례들이 비일비재한 현재, 그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언제 어느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한 번 두 번 이러한 상황들을 보고 듣고 격으면서 남의 일만은 아님을 생각해야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현시점에 그녀 역시 대열에 합류할 시기가 코 앞까지 와있다. 고령화사회(高齡化社會)란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한국은 2007년에 노인 비율이 10%를 넘었고 10년 뒤인 2017년에는 14%가 되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돌아섰고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고령화, 고령, 초고령사회가 어감으로 차이가 크게 와닿지 않는 작명이지만 국제적으로 고령화사회라는 작명의 뜻은 "이제부터 늙어가기 시작하는 사회"라는 의미이고 고령사회는 "이미 충분히 늙은 사회", 초고령사회는 "충분히 늙은 수준을 넘어버린(초월) 사회"라는 무서운 뜻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영양과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보건과 의료 기술이 발전해 기대 수명이 크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의외로 경제적인 면부터 뒷받침이 이뤄지지 못하는 가운데 외로움 쓸쓸함 고독과 더불어 나이가 들어가 쇠약해지는 몸은 어쩔 수가 없다. 당연히 나이에 걸맞는 일자리가 있는것도 아니다. 새로운 취미나 관심사를 찾아 배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시니어란 단어를 달게된 그녀 역시 지금은 봉사활동도 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을  삶의 즐거움으로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녀는 희망한다. 제발 너무 오래 살지 않기를~. 유모차에 의지해 살며 자식에게 짐이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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