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병화 Nov 17. 2024

가을, 멋진 인생 후반전을 꿈꿔본다

가을이 온 지 한참 지났지만, 바빠서 가을 나들이 갈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대로 가을을 보내기에는 아쉬울 것 같아서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아 세종에 있는 ‘베어트리파크’에 남편과 함께 다녀왔다. 처음 들어 본 곳이어서 궁금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1시간 필요한 거리를 소풍가는 마음으로 가다가 도착을 알리는 네비게이션의 음성을 듣고 공원 입구 주차장에 내렸다.     

 

입구에서 입장료 13,000원이라는 안내 글을 보고 왠지 못마땅한 느낌이 들었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무료입장이 많아서 입장료를 내라는 안내가 낯설었다. 그러나 남편은 입장료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는지 당연하다는 듯 입장권을 구매하여 와서 못마땅한 마음을 묻어두고 함께 입장하였다. 들어간 순간 너무 예쁘게 잘 정리해 놓은 나무들을 보고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그냥 나무라기보다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잊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서 예쁜 나무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안내 팻말을 보고 따라가다 보니 빨려 들어가다 보니 짙은 가을 낙엽 거리를 가게 되었다. 특히 은행나무거리에서는 은행잎이 떨어져서 노란 카펫 위를 걷는 느낌이 들 정도로 노란 은행잎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노란색 은행잎을 마음껏 밟으며 걷는 기분은 가을을 마음껏 누리게 했다. 남아있는 은행잎도 바람이 불 때면 나의 볼을 스치며 줄지어 떨어지는 모습이 어떤 잎은 살포시 어떤 잎은 나뒹굴어 지면서 묘기를 부렸다.      

 

초등학교 때 은행나무 밑에서 놀았던 기억이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집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집에 오는 중간 큰길가에는 고목 은행나무가 2그루 있었다. 학교 갔다 집으로 가던 길 은행나무 밑에 책가방을 팽개쳐 놓고 은행잎을 마음껏 주워서 집으로 왔던 기억이 난다. 은행잎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모양이 예쁜 것만 골라서 주웠다. 집에 와서는 잘 읽지 않은 두꺼운 책 사이에 끼워두어서 말린 후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은행잎을 줍는 기쁨도 있었지만, 집까지 걸어가다 보면 힘들어서 쉬어서 가는 의미가 동시에 채워져서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은행나무는 나에게 쉼과 기쁨과 친구들과 즐거움을 공유했던 추억의 나무다. 초등학교 시절 먼 길을 걸어 다니면서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학교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쉴 수 있게 해주었던 놀이터이기도 했다. 친구 한 명이 “은행나무 밑에 쉬었다 가자”라고 하면 다른 친구들도 “그래”라고 동시에 합창을 할 정도로 모두가 좋아했던 쉼터였다. 은행나무는 봄에는 연두색 빛으로 아름다운 잎이 돋았나 기쁨을 주었고, 여름이면 잎이 자라서 우리에게 더위도 식혀줄 정도로 잎이 무성한 짙은 초록색이어서 쳐다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가을이면 노란색으로 물들어 ‘와!’라고 탄성을 짓게 하며 웃음 짓게 하며 기쁨을 주었다. 열매인 은행은 구워 먹거나 익혀 먹으면 맛이 너무 좋아 또 먹고 싶게 했다. 단지 나쁜 것은 은행이 익으면 노란색 껍질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내가 인생의 가을에 있어서 그런지 은행잎과 뭔가 통하는 것 같은 친밀한 정서가 더 느껴진다. ‘나의 가을도 이렇게 멋져지고 싶다.’ 날씨까지 봄날같이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로 따뜻해서 목에 감고 갔던 머플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잡아 당겨졌다. 머플러가 벗어진 목이 시원하게 느껴지면서 어느덧 가을의 낙엽과 따뜻한 날씨는 나의 마음과 신체를 기분 좋게 장악했다.      

 

나도 인생의 후반기인 가을에 와 있다. 나를 색깔로 표현하면 무슨 색으로 표현하고 싶을까? 생각해보니 나도 가을의 은행잎과 같이 나 자신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력을 주는 노란색이 되고 싶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아는 것 같지만 아직도 나를 색깔로 표현하려니 모호하게 느껴진다. 이제부터라도 나의 마음에 은행잎과 같은 노란색을 만들어봐야겠다.      


노란색의 아름다운 인생 후반전을 보내기 위해서는 편안한 마음과 의미 있고 보람있게 잘 사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아이 양육하고 먹고 살기 위해 분주했으며, 노후준비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면 인생 후반전에는 영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 경제관리를 잘하여 자신에게도 안정감을 주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어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적으로 하나님과 더 소통하기 위해서 말씀을 가까이하여 하나님의 뜻에 귀를 기울이고, 찬양과 예배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도하며 살고 싶다.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지금과 같이 탁구와 파크 골프를 꾸준히 치며 동호회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며 즐겁게 운동을 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하며 건강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모나지 않고 싶다. 나이가 같아도 같은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며 건강하게 소통하고 싶다. 때로는 각자가 다른 의견을 주장하고 다른 생각 때문에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인정하며 조화롭게 어울리며 소통하며 살고 싶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사는 남편과 마음과 마음을 나누며 친밀한 삶을 살고 싶다. 그리하자면 때로는 따로따로 때로는 함께하며, 통제하지 않고 분리하고, 공유하며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며 독립적이면서 협력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싶다. 자녀들에게는 지나친 간섭을 하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경제적으로 분리하여 떠나보내야겠다. 부모로서 항상 그 자리에서 건강한 삶을 모습을 보여주어 그들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멀리서 응원하고 기도해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책을 가까이하고 글 쓰는 것을 꾸준히 하여 자신을 성찰하면서 마음 관리를 잘해야겠다. 나의 정신적 건강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자가진단을 하여 나의 문제를 인식하며 건강하게 대처하고 싶다. 마음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그들도 힘든 마음을 건강하게 대처하도록 도우면서 살고 싶다.     


괴테는 "청년은 미래(희망)에 살고, 노년은 과거(추억)에 산다"라고 했다. 노년에는 과거에 대해 회상(回想)을 많이 하며, 과거의 일을 미화하거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자기변명을 하기도 하고 지나친 자책과 후회를 하기도 한다.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꺼내어 회한을 마주하여 풀고 나면 상처가 회복되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남은 생을 살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고 긍정적이고 감사하며 현재를 유연하게 대처하다 보면 인생의 가을을 멋지게 보내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이란 자신의 정체성에 질문하고 답을 찾아 헤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