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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하 Jun 18. 2024

미세먼지와 사진촬영의 행복

미세먼지란 필터. 나쁘지만은 않구나

일어나서 미세먼지 어플을 켜서 "나쁨" 이라는 단어가 딱 보이면 하루의 시작이 음침하다. 공기가 탁해 숨 쉬는 것이 불편한 거는 물론이고 시야의 질 자체가 안 좋아서 행복지수와 의욕이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다.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산책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 혹은 점심에는 어디 가서 맛있는 것을 먹을까 하는 소소한 열정이 크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기는 한다.


그러나 최근에 사진에 다시 흥미도가 많이 올라간 나로서는 미세먼지가 그렇게 밉지만은 않다.


햇빛이 너무 강하게 내리쬐거나 과하게 맑은 날의 하나 안 좋은 점은 사진이 아주 강렬하게 나오되 부드러움이 쉽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밝은 영역과 그림자로 인한 어두운 영역이 강조되면서 대비가 더욱 강렬해지기에 온화한 사진을 찍기에는 후보정 없이 어렵다. 아, 나는 몇몇 사진을 제외하고는 후보정을 아예 안 한다. 사진기 자체에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고 있는 그대로 담기를 추구하기에.


최근 필름룩이나 말 그대로 부드러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나에게는 미세먼지가 자잘하게 있는 날이 오히려 사진 찍기 편하다. 공기에 흩어져있는 작은 미세먼지 입자들이 빛을 적절히 분사시켜 부드러운 사진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참스. 아날로그 시대 사탕의 대명사 (1/160, F2.0, ISO 100)
커피머신을 두고 왜 난 항상 사서 마실까 (1/50, F4.0, ISO 100)
다리 회복되자마자 간이 테이블 들고 캠핑 가야겠다 (1/30, F2.0, ISO 100)

확실히 빛이 분사가 되면 온화한 감성이 느껴진다.


이러한 사진들을 쉽게 찍을 수 있다고 미세먼지가 있는 날을 절실히 기다리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늘 안 좋게만 봤던 요소에서 이제는 좋은 점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싫다고 시무룩한 상태로 있지 말고 쉴 때 짬짬이 이쁜 사진 찍으면서 흐뭇해하는 것. 한 끗 차이의 태도변화로 미세먼지가 안 좋은 날들에 난 이제 다운되지 않는다.


안 좋다고만 생각했던 것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는 힘. 소소한 행복을 주는 힘이자 더 나아가 긍정적인 자세를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힘, 얼른 더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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