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원칙을 따라야
어려울 때는 사과나무를 심듯이
종교는 국가의 통치를 수월하게 한다.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살도록 마음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기 때문이다. 규제완화가 저절로 되므로, 종교가 제 역할을 하면 국가는 강건해질 것 같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최고의 정치가는 모세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교가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종교지도자들은 대중들의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대형교회, 대형 불교사찰도 많다. 그래서 표를 바라는 정치인들은 교회나 사찰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신앙심 보다는 표에 관심이 있고 종교인들은 그들을 교화하기 보다는 민원 해결에 열심인 듯하다. 종교는 기복화하고 종교모임은 사교의 장이 되고 있다. 종교의 외형적인 성장과는 달리 사람들의 신앙심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신은 시시각각 정치에 개입하며 기적을 보여주는 듯하다. IMF 금융위기로 김대중 전대통령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고, 아무 정치적 세력이 없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골리앗을 이기듯 이회창 후보를 눌렀다.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의 힘으로 태어났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2008년 금융위기의 물결을 타고 탄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코로나가 없었으면 당선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한지 9개월 만에 대통령이 되는 기적을 보여줬다. 0.7%차이도 신의 깊은 의도가 들어 있는 것 같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일방적인 정책보다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한 게 아닐까?
어쨌든 하늘의 힘으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이 당당하게 진실과 정의를 구현했으면 한다. 그런데 정의실현이 쉽지 않다. 이 세상은 난마처럼 얽혀 있고, 이쪽을 신경 쓰면 저쪽이 울어 댄다. 그러니 포퓰리즘 정책이 좋다. 아무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지지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원은 표가 없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시키면 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현재의 유권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연금개혁 같은 사안은 손대지 않는다. 미래세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말 못하는 미래세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정의에 어긋난다.
문재인 정부는 선거 때 마다 추경을 해서 돈을 나눠주고, 부자에게 증세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나눠주는 편가르기 정책을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도 정권을 지키지 못했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표를 많이 얻었어야 하는데도 인간의 계산대로 되지 않았다.
반면 제5공화국은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태어난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정부였다. 그런데도 당시의 경제정책은 포퓰리즘 보다도 세입내 세출, 긴축재정 등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정책을 택했다. 그런데 플라자 합의가 일어나고 3저 호황이 오면서, 무역수지가 흑자가 되는 등 기적이 일어났다.
원칙이란 정의와 상식을 구체화한 것이다. 백척간두에서 한걸음만 더 나아가면 떨어져 죽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가면 죽지 않는다 (百尺竿頭進一步). 원칙을 따르면 처음에는 고통스럽지만 궁극적으로 더 큰 이익을 본다.
최근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인기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 위기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하듯이 알뜰한 재정 운영, 공정한 인사, 연금 개혁 등 당장은 입에 쓴 처방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것이다. 반면에 다가오는 선거 등을 위해 적당히 구색을 맞추고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태도는 정국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갈 것 같다. 이 정부 초기에 내건 공정과 상식을 이 땅위에 구현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수당인 야당의 도움 없이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힘들다. 야당과 협치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