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63
마지막 글을 쓰고 두 달이 지났다
63일 전 나는 공식 퇴사를 했고,
글을 쓰지 않는 동안 준비했었던 일과 함께 미뤄뒀던 숙제들을 했다
미뤄뒀던 숙제 중 가장 컸던 것은 가족 해외여행.
다섯 번 넘게 혼자 나다니기만 했지 부모님을 모시고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던.. 나는 불효녀다 (이젠 효녀)
굳이 성공과 실패 중에 고르라면 실패에 가까운 여행이었지만
웃지 못할 일들도 추억으로 껴준다면 나름 오래 간직될 여행을 하고 온 것 같다
물론, 해외여행 때문에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글을 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돈이 되지 않았기에
당장 필요한 수입원을 찾게 되었고
간간히 받아왔던 집 꾸미기 의뢰를 한건 두건 받다 보니
대출 이자를 낼 정도는 되어서 그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 달이 흘렀고 어느새 새해를 일주일도 안 남긴 오늘.
'12월이 됐을 때쯤이면...'
이라고 목표로 해왔던 것들이 있다
가령 머리가 풍성해졌다던가, 살이 빠졌다던가, 인스타툰 10K를 달성했다던가..
놀랍게도 어느 하나 이룬 것이 없었고
더욱 놀랍게도 내가 두 달간 뭘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집 꾸미기 일을 한 것은 맞지만 남은 것은
통장에 들어왔다 나간 숫자들과 조금 오른 크몽 작업 건 수뿐
큰 맘먹고 퇴사했던 지난 두 달 동안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다짐을 했는지, 얼마큼 성장했는지는 하나도 남겨지지 못한 채
나의 소중한 두 달은 의미 없는 숫자 정도로만 기록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적어 보기로 했다
이전까지의 글들은 내 퇴사일지를 기록하기 전 프롤로그 같은 것이었으리라
오늘부터가 본격적인 나의 퇴사생활 시작이라고 여기며
이 기록들은 꼭 완결 낼 것이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