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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Apr 26. 2024

트리의 꿈

종이 울리는 그날엔 숲길부터 하늘까지 온통 호사를 누리겠지요.

빨간 망토를 걸친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치켜들고 뽐내겠어요.

뽀글뽀글 두툼한 신발까지 신어놓고, 어서 털모자를 달라며 아우성일 테지요.

신이 난 우리는 노랗고 붉고 푸른빛으로 쉴 새 없이 빛을 뿜어낼 거예요.


그날은 태양이 바람에게서 승리할 즈음이지요.

청록보다는 연두에 가까워진 나뭇결에 숨이 탁 막혀오겠지만,

소녀의 땀방울이 흘러내리다가, 결국 고무줄로 질끈 머리카락을 묶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있는 힘껏 몸을 뒤흔들어 바람 한 줌을 선물할 거예요.


그날은 무성했던 풀잎이 가지만 남기고 앙상해질 순간이지요.

소년이 얼어버리겠지만, 우리만은 담담하게 새벽의 찬기운을 견딜 거예요.

그가 녹아내려 목도리를 선물로 안겨줄 날을 기다리면서요.


그날엔 트리로 가득 차 있겠지요.

홀로 서성이는 이 없이 얼굴을 쓰다듬을 거예요.

어수선한 공기는 아이들의 웃음을 타고 사라질 거예요.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금년을 기억하겠지요.

서로의 숲을 나누며 후년을 기약하겠지요.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맞이할 그날만을 바라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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