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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던 어느 밤에

청소년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2

by 은진

내가 없던 어느 밤에

글 이꽃님
펴낸 곳| 우리학교


모자가 나란히 이꽃님 작가의 팬이다.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다는 이꽃님표 청소년소설들을 우리는 거의 빠짐없이 읽었다.


<내가 없던 어느 밤에>의 리뷰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 때가 마침 아이의 시험기간이라 반사적으로 책을 주문하려는 손가락을 몇 번이고 쥐어 잡으며 버텼다. 일부러 줄거리도 찾아보지 않고 리뷰도 읽지 않고 얌전히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기다리던 책을 시험이 끝나는 날 드디어 손에 쥘 수 있었다.

수고한 너에게 주는 선물이라며(사실은 나를 위한 선물이기도 했으나) 의기양양하게 내밀자 예상대로 아이는 환호했다.





아이가 책을 읽으며 반복해서 말했다.

"너무 슬퍼. 엄마도 얼른 읽어 봐. 진짜 슬프다."

카페에 앉아 각자 다른 책을 읽던 중이었다.

고개를 들어 본 아이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므로 그냥 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책 내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중에 생각하니, 그게 중학생 남자아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표현이었다.


책 내용은 아이가 말한 대로 '너무' 슬펐다.

찔끔찔끔 나오는 눈물을 닦아내다가 아예 티슈를 집어다 옆에 두고 코를 풀어가며 읽었다. 오열이었다.

아팠고, 슬펐고, 화가 났고, 안타웠다.

그리고 가슴 벅찬 감동도 있었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9살 작고 여린 아이가 자신의 세상이자 전부였던 부모라는 인간들 손에

허무하게 스러져버렸다.


아이에게 험한 세상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던 어른들은 그 일을 그저 묻어 두기에 급급했고, 남은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사라진 친구를 제대로 보내주지 못한 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야 했다.


상실을 겪고 온전한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한 세 아이들은 결국 탈이 나고 만다.




아이를 지키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아이를 병들게 했다. 고장 나버린 아이들의 마음도 어른들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되어 더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떠올리며 힘들어하던 그날의 장면이 나에게도 계속해서 재생되는 것 같아 쉬이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야기 속의 부모들이 그러하듯 아이가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내게도 있다. 매일 밤마다 아이 인생에 어떠한 고난도 시련도 없기를, 인생이 그저 평탄하기만을 기도하면서도 세상이 아름다운 것들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알고 있기에 더 기도에 의지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청소년소설'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이야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소설답게 아픔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국엔 함께 이겨내고 자라며 '세상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수많은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에 더 추천하고 싶다.




가을아. 나는 괜찮지가 않아.

나는 여자애가 보여. 아니, 내가 그 애를 불러내.

그 애가 뛰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자꾸만 말을 걸어. 그런데 아무한테도 말할 수가 없어.

왜냐면...... 나는 그 애가 누군지 알고 있거든. 생각해서도, 자꾸만 불러내서도 안 되는 애라는 걸.

ㅡp.59


가을은 어떤 어른도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가끔은 사는 게 지긋지긋해.

공부할 땐 그렇게 잊어버리지 말라고 하면서,

진짜 잊으면 안 되는 건 자꾸만 잊으라고 해.

잊어야 산다고. 잊으면 안 되는 것도 있을 텐데.

ㅡp.85


이기적이래도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자식만큼은 속 편히 살았으면 하는 게 부모였다.

어떻게 잊었는데. 어떻게 괜찮아졌는데,

죽은 애 얘기를 다시 꺼내서 뭐 어쩌자고.

안 될 일이었다. 절대로.

ㅡp.93


"그날 눈이 많이 내렸잖아요.

근데 가을이 몸에 눈이 하나도 안 쌓여 있었어요. 꼭 누가 안아 준 것 같았어요. 가을이 춥지 말라고."

딸이 춥지 않게 안아 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말에 엄마는 가슴이 미어졌다. 흐읍, 울음이 터져 나와 고개를 돌리고 서둘러 눈물을 닦아야 했다.

말이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고맙고 미안했다.

그게 설령 산 사람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ㅡp.167


10년 전. 작은 아이가 죽었다.

뉴스에는 고작 한마디 언급됐을 뿐인 죽음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이었다.

아프고 어두워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슬픔이 모두에게 연기처럼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ㅡp.197


한때는 어린이였던 이들과, 가슴에 품은 상처로 인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이 더는 아프지 않기를, 부디 힘차게 나아가기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을 보낸다.

-작가의 말 중에서



너였구나.
내 이름을 불렀던 목소리가.
전부 다... 너였구나.





**부모님이 함께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다소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중학생 이상 읽는 것이 적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타 플랫폼에 게시한 글을 조금 수정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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