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1
펴낸곳ㅣ(주)소원나무
초판 1쇄 발행ㅣ2025년 1월 30일
예스 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받아
읽어 보았다.
아이에게 좋은 책을 찾아주는 일, 함께 읽고 짧은 감상을 나누는 일은 아무리 피곤해도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번에는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우수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되었다.
다섯 개의 묵직한 이야기를 며칠에 걸쳐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작가소개를 다시 열어 본다.
여름의 이야기, 골목을 걸으며 멍때리기, 아무 버스에나 올라타기, 공항에서 비행기 보기를 좋아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짓는다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책 속의 장면들이 하나 둘 다시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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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상실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이다.
세상이 멈춘 것만 같은 시간,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끝없이 빨려들어가다가도 결국 하루하루를 또 살아낼 수 있는 건 곁에 있는 또 다른 이가 손을 내밀어 준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손을 잡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름의 비행운은> 이러한 과정을 겪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각기 다른 모양으로 보여주며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짧은 호흡의 이야기들로 엮여 있는 지루하지 않는 전개로, 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들이 나눠 읽기에도 안성맞춤이니 꼭 시도해 볼 것.
<<여름의 비행운>>
아빠의 외도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무수.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감춰온 영우.
어릴 적 한 동네에 살던 친구였던 둘은 우연히 마주쳐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내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자신의 진짜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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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숲에서 우리는>>
할머니의 집엔 엄마의 물건이 잔뜩 있다.
엄마가 입던 망토에 얼굴을 묻어 보지만
엄마 냄새 대신 먼지만 가득하다.
숲에서 처음 만난 아이와 시간을 보낸 유진은
아이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란다.
아이는 사진으로 본 엄마의 어린 시절과 꼭 닮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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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으로 가는 길>>
쌍둥이 동생 재우를 교통사고로 잃은 재희와
재우의 여자친구 해봄이 만났다.
둘은 재우가 쓴 편지가 있는 곳을 찾아 뜨거운 여름날을 걷는다.
해봄이 재희를 찾아온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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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의 바다>>
소요에게 고장난 안드로이드 선아씨는 엄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소중한 존재다.
고장난 안드로이드를 회수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은설은 소요에게 시간을 벌어주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선아씨의 기억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닷가에서의 즐거운 한 때, 소요를 구하던 손길.
이 기억 뒤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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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의 숲>>
함께 고기잡이 배를 탔던 두 친구 대희 아버지와 은우 아버지.
대희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다.
대희는 혼자만 살아 돌아왔다며 은우 아버지를 원망하고 친구인 은우와도 멀어져 버린다.
하지만 대희가 진짜로 원망하는 대상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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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각자 저마다의 상실로
힘든 시기를 보낸다.
한껏 가시를 세운 채 움츠러든 아이들의 마음이
담담한 어조로 묘사되어 오히려 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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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기도, 애처롭기도, 안타깝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든 주인공들은 결국 상처가 곪아 터지기 전에 곁에 있는 이에게 열어 보이기로 한다.
마음을 열고 기댈 이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금 내 곁을 지키는 누군가가 내가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가 되어주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일이 그 자체로 나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하루하루를 기꺼이 살아갈 용기를 낸다.
<여름의 비행운>을 읽은 모든 아이들이 이러한 믿음을 마음 한구석에 든든히 담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읽기를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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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는 그때 처음 알았다. 발자국이 마당에 그대로 있다고 거짓말하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그 뒤로 영우는 종종 아빠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거짓말 속에 숨은 자신의 구멍을 하나씩 알아갔다.-p.38
"난, 아빠랑 달라, 한국에 오니 엄마 생각이 더 나더라, 그래서 좋았어. 엄마랑 같이 걸었던 학교 앞 골목길, 시장 거리, 공원 산책로, 아빠처럼 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는 걸 그때 알았어. 아빠한테 거짓말하면서......." -p.38
"물건이든 감정이든 오래 담아 두면 무겁고 힘들어. 버려야 자리가 생기고, 자리가 생겨야 또 멋진 것들이 들어온다. 너!" -p.55
재희는 가족 안에서 겉돌고 외로웠을 재우를 생각하며 늘 마음이 시렸다. 가족보다 자기를 더 알아주는 해봄이 곁에 있어서 재우는 외롭지 않았겠구나, 행복했겠구나. 재희는 아프면서도 마음이 놓였다. p.102
"인간들은 종종 오늘의 시간이 내일이면 기억이 되는 단순한 원리를 모르더라구요. 과거에 집착하느라 오늘을 잊고 살아가는 거죠." -p.130⠀
"그날 밤에 네가 한 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아저씨가 들었을 거라고. 그래서 너를 미워하는 거잖아."
나는 은우를 노려보았다. 그날 밤 아빠를 원망했던 내 마음을 은우가 끄집어내자 목에 걸린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빼는 것처럼 아팠다. -p.173
*예스 24 및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글을 조금 수정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