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3
김하연 작가님은 우리 집 청소년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이다.
<나만 아는 거짓말>의 출간소식을 듣자마자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쌓여 있는 책을 보며 참고, 아이 시험기간이라 또 꾹 참았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지난번 소개했던 이꽃님 작가님의 책과 함께 급히 주문을 넣었다.
김하연 작가님의 책은 많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청소년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소재가 잘 버무려져 있다. 그만큼 주변에 추천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잠들기 전 조금만 읽어야지 했건만 역시나 작가의 말까지 한 번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했다. 이걸 중간에 어떻게 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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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좋아하는 사람,
성장 소설 좋아하는 사람,
청소년 소설 좋아하는 사람
이라면 더더욱 빠져들만한 책
재미는 물론 오래오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
책 안 좋아하는 친구들도 이건 못 참을 걸?
온라인 독서 모임 <더 클래식>의 운영자인 현수가 선언하듯 말한다.
"우리 모임은 오늘부로 해체야. 이 집에서 나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야."
그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내 간절한 시선이 아이들의 얼굴을 옮겨 다니지만 누구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아니야, 이러면 안 돼. 우리는 3년이나 함께했잖아.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인 건데.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마음을 아프게 헤집는다.
겨우 여섯 시간 만에 모든 것이 변했다.
<더 클래식>은 '유정, 현수, 한별, 주원, 은서'
다섯 명으로 구성된 고전문학 독서 모임이다.
주원의 권유로 바쁜 고3이 되기 전 오프라인 모음을 갖기로 한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현수 할머니의 별장에 모인다.
모임을 시작한 지 무려 3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아이들의 들뜬 분위기는, 현수가 선물로 준비한 책들 속에서 의문의 편지가 발견되며 급속도로 얼어붙는다.
아무도 모른다고 믿었던 감추고 싶은 과거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진 편지, 그리고 증거.
서로를 향한 신뢰와 우정이 순식간에 불신과 실망으로 바뀌었다.
유정은 다섯 아이들 중 유일하게 폭로 편지를 받지 않았다. 이에 모두의 의심을 받지만 이내 차분하게 반박한다.
나에게 굳이 서재를 구경하라고 이끌며 시간을 끈 것은 한별이다.
이곳은 현수 할머니의 별장이다. 언제든 접근할 수 있었다.
첫 모임을 주장한 주원은 가방도 벗지 않고 서재로 올라갔다.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비운 은서는 패딩을 벗으라고 할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CCTV까지 돌려보며 범인을 찾아내려고 애쓰던 아이들은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서로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완벽한 타인이 되기로 한다.
그로부터 1년 뒤, 유정은 우연한 계기로 불현듯 그날의 진상을 알아차린다.
"범인은 너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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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짓일까?
왜 그랬을까?
알고 싶은 마음이 요동친다. 아이들과 함께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힘껏 굴려본다.
이렇게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라니 여기까지만 해도 아이를 위해 책을 준비한 자신을 칭찬하고 싶어 지지만, 진짜 선물은 여기서부터다.
고전소설을 읽으며 인간에 대해 토론하곤 했던 아이들이 이 일을 겪으며 내뱉는 인용구와 더불어,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응을 찬찬히 살핀다.
그간 나눴던 대화가 무색하게도,
아이들은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지적하는 반면 자신과 가족이 저지른 일은 애써 합리화하려 한다.
반성은 없고 원망만 가득한 아이들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실망하려던 마음은, 결말을 보며 비로소 후련해진다.
역시 청소년소설이다!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때로는 고의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과거의 어떤 일을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그 감정과 함께 말이다.
나의 잘못을 들추는 일은 두렵다.
그렇다면 타인에 대하여는 어떠한가?
타인의 잘못을 입에 올리는 일은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후회하고 반성하는 마음이 있다면 용서를 받아 마땅할까? 그와는 별개로 계속해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까?
나의 잘못에는 관대하고 타인의 잘못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았나?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수많은 질문,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과 마주하기를,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기를 바라며, 나에겐 '작가의 말'까지 완벽했던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소설은 잘못을 저지르고 , 다시 일어서려고 애쓰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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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여러분에게 묻고 싶었다.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다시 일어설 기회조차 주지 않고 벼랑으로 떠밀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
ㅡ 작가의 말 중에서
*타 플랫폼에 게시한 글을 조금 수정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