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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Jul 24. 2024

돛단배

미하일 유리예비치 레르몬토프(1814~1841)

돛단배

          레르몬토프   

  

흰 돛단배 한 척 외로이

푸른 바다 안개 속에 떠가는구나!…

무엇을 그는 그 먼 나라에서 찾고 있을까?

무엇을 그는 고향 땅에 두고 왔을까?…     


파도가 춤추고 바람은 쌩쌩 분다.

돛대는 구부러져 삐거덕거리고…

오호, 그는 행복을 찾는 것도 아니고

행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도 아니다!   

  

밑으로는 맑은 감청색 물결이 흘러가고,

위로는 황금빛 태양이 반짝인다…

하나 반란자인 그는, 폭풍을 부르는구나,

마치 폭풍 속에 평온이 있는 것처럼! (1832)


이 詩에서 ‘돛단배’는 물론 시인 레르몬토프의 또 ‘다른 자아(自我)’ 즉, Alter ego이다. 그리고 이 자아는 ‘반항적 자아’이다. 시대적 맥락에서 보면 데카브리스트 봉기 이후 1830년대의 반동적인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비타협적인 저항 의지까지도 암시적으로 포괄하고 있다. 시의 주제는 마지막 행에 집약돼 있는데, 여기서 ‘폭풍-평온’이 갖는 의미론적 대립은 레르몬토프와 푸시킨의 차이에 대응한다.    

  

1843년부터 1846년에 걸쳐서 발표한 일련의 연작논문 「푸시킨 論」을 통해서 푸시킨이 러시아의 ‘국민시인’의 지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비평가 벨린스키(Vissarion Belinskii)는, 이미 1840년대 푸시킨에 견주어 “레르몬토프는 명백히 전혀 다른 시대의 시인이며 그의 시는 러시아 사회의 역사적 발전에서 완전히 새로운 고리이다”라고 평가했다. -이현우의 <애도와 우울증>에서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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