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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날

난 당신을 기억합니다

1969년 오늘(4월 17일)이었지요.

아침

어머니는 도시락을 쌌습니다.

오남매의 막내.

도시락은 네개.

그리고 나의 도시락.


출근하는 아버지와

중고생인 형과 누나.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나는 목발을  짚고

도시락이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학교로 달음질 쳤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화가 없던 시절.


집에 가까이  오자

동네 꼬마가 나에게 달려와 하는 말

"형네 엄마 돌아가셨어!"


나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돌아가셨어? 어디로? 무슨 말?"


집으로 와 보니

어머니는 두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계셨습니다.


아버지와 형제들은 울고 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어머니의 얼굴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직 따스한 체온이 남아있었습니다.


"엄마!"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입 안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이후로 어머니는 나의 가슴에만

살아계실 뿐이었지요.


마지막이었지요.

어머니를 뵐 수 있었던 것이.

그후로 4~5년 지난 후

라디오에서 이런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바람이 휘몰던 어느날 밤

 그 어느 날 밤에

  뒹구는 낙엽처럼 난 태어났다네

 가엾은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

 가엾은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


그리고 다음 해

"엄마 잃고 다리도 없는

  가엾은 작은 새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음 어디로 가야하나?

  바람아 너는 알고 있니?

  비야 너는 알고 있니?"


이 노래에 나를 싣고

나는 사춘기를 덧없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오늘 같이

봄 비 내리는 날

나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연약한 나를 두고 떠나신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니 더 새록새록 생각이 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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