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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매일 도시락을 싼다

"오늘 점심 어땠어요?"

나는 매일 도시락을 싸고 다닌다.

칠십이 다 되어가는 남편을 위해

칠십이 되어가는 아내는

도시락을 준비한다.


겨울 아침은 어둡다.

태양이 얼굴을 숨기고 있을 때

아내는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도시락 반찬을 준비한다.


"오늘은 호박전입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네요."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

혼자 도시락을 열고 식사할 때

직원들은 내게 말한다.

"맛있게 드세요. "


가끔 다른 분들은 묻는다.

"사모님께서 힘드시겠네요

도시락 준비하시느라고.

주변에 식당이 많은데"


나는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전동휠체어로 들어갈 식당이 없어서요."


그제서야 그분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아!!! 그렇군요. 그것 잘 몰랐어요."

아내가 준비하는 도시락.

이때 나는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도시락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세요?"


"네? 의미요?"

나는 웃으면서 말합니다.

"도시락은 한자로 都市樂입니다."


내 말을 들은 그분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아내는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즐거워하고

나도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대하면서

즐거워합니다.

도시락은 우리 두 사람에게

즐거움을 누리게 합니다."


그는 웃으면서 내 곁을 떠났습니다.


도시락에는 기쁨이 담겨 있습니다.

도시락에는 아내의 정성이 실려있어요.

도시락에는 아내의 사랑이 곁들였습니다.

도시락을 대할 때마다 나에게 기쁨이 솟아납니다.

도시락을 대할 때마다 아내를 생각합니다.

도시락을 대할 때마다 아내의 사랑을 떠올립니다.


도시락은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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