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기다림의 연속
서류를 접수시켰다.
매년 이 때쯤이면 하는 일이다.
벌써 삼년째이다.
정년퇴직 후 1년은
나름대로 알차게 시간을 채웠다.
마침 "장애인 일자리"라는 정보를
접했다.
서류를 작성하고
구청으로 접수하러 갔다.
일주일 뒤 면접일자를 문자로
통보받았다.
"면접(interview)?"
지난 세월동안 면접을 통과해 본 적이 없는 나.
소위 면접신드롬
(interview syndrome)에서
나는 헤어나오지 못했다.
약십여년전에 있었던 일이다.
직접 운전해서 면접장에 도착했건만
"이곳으로 출근할 수 있습니까?"라는
장애차별적인 언사를 서슴없이 내뱉는
면접관에 의해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3년전 면접을 통과해서
2년 동안 열심히 출퇴근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세번째
서류를 접수했다.
그리고 면접일을 기다린다.
아마 면접이 끝나면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겠지?
엊그제 수능을 치룬 학생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들도 기다리고 있을 꺼야.
인생에서 처음 직면하는 경쟁의 관문.
그래.
나는 지금까지 늘 기다려왔다.
내가 선택하기 보다는
선택받기를 기다려왔다.
고등학교. 혹은 대학이나 직장 뿐 아니라
결혼할 때에도
선택받는 입장이었다.
이젠 세상을 떠나는 날도
기다리고 있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Life is a series of waits.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그 다음(afterlife)을 기다리게 되겠지.
어차피 기다림이 숙명이라면
느긋하게 기다려야지.
누군가 나와 만나기를 고대할 것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