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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anna 리애나 Dec 23. 2023

내 인생을 바꾼 호주 워킹홀리데이

워킹홀리데이 갈까 말까 고민이라면?

저는 20살 이전까지 해외여행 한번 가본 적 없고, 영어는 못하지만 버킷리스트로 해외에 한번 살아보기를 꿈꾸던 대학생이었어요. 그때 저는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정해준 학과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며 그냥저냥 특별할 것 없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학교 안의 유학원에서 붙인 호주 워킹홀리데이 포스터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는 거예요.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가 뭔가를 하고 싶어서 도전한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떠난 호주는 저한테는 정말 신세계였어요.

당연히 쓰는 언어도 다르고, 옷 스타일부터, 생활방식 그리고 사람들의 사고나 가치관까지. 그동안 제가 한국에 살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거나 낯설게 느껴진다는 점도 너무 재밌었어요.

한 예로 제가 저녁에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카페를 가려고 집 밖에 나왔는데 정말 모든 카페가 다 문을 닫아서 문을 연 카페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호주에선 카페가 아침 일찍 문을 열고 3-4시면 문을 닫아요). 나중에 호주친구한테 말을 하면서 한국은 24시간 문 여는 카페도 있다고 하니까 엄청 신기해하더라고요.

심지어는 미의 기준도 다르더라고요. 하얗고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를 좋아하는 한국과는 달리 호주는 태닝 한 건강한 피부! 그리고 주근깨가 있는 피부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호주에서는 배우자도, 동거인도, 남자/여자친구도 모두 partner라는 한 단어로 표현이 돼요. 동성결혼도 많고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를 하며 사는 사람들도 많고 이렇게 다양한 삶의 방식을 포용하는, 포괄적인 단어가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호주에 워홀을 와서 저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내가 한국에서 꼭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렇게 살아야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던 일반적인 사회가 정해놓은 삶의 방식이나 통념/사고방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었달까요.

저의 엠비티아이는 ESFJ 거기다가 k-장녀로 자라서 저는 착한 아이 병에 걸려있었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자랑스러운 딸이고 싶어서,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내 감정이나 기분보다는 남에게 맞춰서 살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호주에 오고 제가 그렇게 행동할 때마다 오히려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말하는 호주 문화에서 그건 배려가 아니라 그냥 우유부단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또 칭찬을 하면 우리는 겸손문화가 있어서 인정하기보다는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는 게 자연스럽죠? 호주에서는 아니에요라고 말하면 겸손해서가 아닌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다고 받아들이더라고요.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 우리 문화와는 달리 호주에서는 자신의 장점은 크게 크게 단점은 작게 말하는 게 일반적이더라고요. 한국인의 관점에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항상 자신을 먼저 챙기고 자신의 장점을 크게 크게 부각하는 모습에 저도 저를 좀 더 챙기고 내 의견을 표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아요. (인정받지 못하는 착한 아이는 더 이상 자신의 욕구나 감정, 생각을 숨길 필요가 없어서였을까요 ㅎㅎ)

그리고 호주라는 낯선 나라에 던져진 저는 모든 게 리셋된 느낌이었어요. 보통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는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죠. 사는 지역도, 생활방식도, 만나게 되는 친구들도, 어쩌면 본인의 전공도 모두 부모님이 이미 일궈놓으신 어떠한 틀 안에서 모두 이뤄져요. 또 한국에 살 때는 옷을 살 때도 트렌드에 맞춰서 요즘 유행하는 옷을 사고, 내가 왜 토익공부를 하는지 봉사활동을 하는지 명확한 이유도 없이, 그냥 남들 하니까 다, 이런 마인드로 별생각 없이 결정한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호주에 오고 저는 1부터 10까지 모두 제가 스스로 결정해야 했어요. 사는 곳도, 만나는 사람도, 온갖 자잘한 살아가는데 필요한 문제들도, 제 취향대로 다 제가 하나하나 결정해야 했죠. 그전에는 1부터 5까지의 제한된 선택지에서 선택을 했다면 호주에 오고 나서는 1부터 100까지의 다양한 선택지 중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어요. 어쩌면 나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던 나에게 익숙했던 장소와 사람들을 떠나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정말 오롯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요.

물론 어떤 분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알아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알고 목표를 향해 가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있잖아요. 성공하고 싶다면 환경과 만나는 사람을 바꿔라. 꼭 성공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뭔가 내가 지금 변화가 필요한 때라면 완전히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갇혀있던 내 시야가 넓어지고 삶의 가치관도 달라지는, 전에는 전혀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 변화된 나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커진다고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나의 성향과 맞지 않다면, 내가 있는 이곳이 행복하지 않다면 환경과 사람을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백조였다는 걸 모른 미운 오리새끼처럼 지금 혹시 나만 적응하지 못하는 거 같고, 지금 있는 곳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면 그건 자신이 이상해서라기보다는 그냥 맞지 않는 곳에 있을 수도 있어요.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전부가 아니라 그곳을 조금만 넘어서면 나에게 잘 맞는 또 다른 곳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게 꼭 외국이 아니어도 나에게 맞는 장소, 나와 맞는 사람들, 내가 나 그대로 살아도 괜찮은 곳이 어딘가에는 꼭 존재한다는 거!

외항사 승무원도, 제 남편을 만난 것도(제 소울메이트가 바다 저 건너편에 살고 있을 줄이야 ㅎㅎ), 내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학원에서 공부를 해본 것도, 제가 호주워홀을 가지 않았으면 모두 제 미래에 없었을 것들이에요. 호주 워홀을 시작으로 독립적이고 씩씩해진 저는, 계속해서 도전하고 그 속에서 배우고 부딪히며 그렇게 조금씩 제가 좋아하는 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제 이야기의 결론은 다양한 많은 경험을 통해서 도전도 해보고 어려움도 극복해 보고 성공과 실패도 해보며, 그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진짜 내가 원하는 건 뭔지,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게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요..?

https://youtu.be/JL8OsnEnQ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