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사랑
책장을 정리하다 오랜 사진첩 페이지 사이에서 발견한 사진 몇 장. 하단에는 연도와 날짜가 기입되어 있었다. 쏟아지는 햇빛 아래 놀이터 그네에 하얀 원피스 입고 앉아 있는 아이, 커다란 거울 앞에서 오렌지 빛 머금은 꽃 한 송이 들고 서 있는 아이, 피아노 독주회 마친 피아니스트 사촌언니의 무릎 위에 앉아 피아노 곁에 있던 아이를 만났다.
다섯 살 아이의 맑은 눈동자에서 어딘가에 존재했던 수줍은 사랑이 나에게 다가와 속삭인다. 조용히 두 눈을 감고 그 사랑을 기억해 낸다. 그 후 삼십 년이 흘러. 남은 삶에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사랑의 힘으로 꾹꾹 써 내려가고 있다.
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매일, 매 순간 빛의 온도에 여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감각한다. 나아가다 부딪히고 물러서기도 하는 지금의 나는 살아 있으므로. 이 사이의 공간에서 나를 재창조하는 상상을 해 본다. 나만의 언어로 연결되어 있는 마르지 않는 사랑을 통해. 어제보다 더 사랑하는 오늘은 어린이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