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어스름한 빛이 하늘에서 내려앉고, 분주했던 하루가 저물어간다. 체리와의 산책 시간이다. 리드줄을 손에 쥐고 문을 나서는 순간, 체리의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산 위에 드리운 흰 구름들이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떠있고, 방금 씻어낸 유리창처럼 맑다. 상수리나무껍질 어디선가 들려오는 매미들의 소리까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체리는 터덜터덜 걷다가 멈춰 서서 킁킁대기 시작했다. 코를 바닥에 가까이 대고 뭔가 흥미로운 냄새를 쫓고 있는 듯했다. 꼬리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보니 기분 좋은 발견을 한 것 같다."이제 그만 가자." 리드줄을 살짝 당기자 체리는 순순히 따라오면서도 자꾸 뒤를 두리번거렸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눈빛이 어찌나 귀여운지. 나는 체리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으며 다시 공원 길로 향했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털 코트를 입고 있는 체리는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면서도 꼬리는 여전히 하늘 향해 웃고 있었다. 햇살에 흔들리는 산들바람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 점점 더 시원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바람이 우리 둘의 뺨을 스쳐 지나간다. 체리와 함께하는 산책은 내 삶의 행복 중 하나다. 희망적인 상상에 기대어 바라보는 즐거운 시간, 작은 발견들이 가득한 보물 같은 순간들. 선선한 공기로 채워진 하늘이 살구빛으로 물들어 간다. 걷다가 잠시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온갖 흔들림과 변화 속에서도 괴로워하기보다는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편안하고 즐거운 하루하루가 쌓여가길 기도한다. 그렇게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체리와 함께 걷는 산책길에서 감사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늘 그랬듯, 나는 잠들기 전 고요한 시간을 갖는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은은한 빛이 방 안을 채울 즈음, 세상과 나 사이에 투명한 생기가 채워진 책상에 앉아 향을 피우고 펜으로 하얀 종이 위에 마음의 소리를 담아본다. 견디고 있는 시간의 흐름에서 나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넌 충분히 잘해나가고 있어. 깊은 밤하늘에 뜬 별빛이 더 환한 것처럼"
어느 순간 소란스럽던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가라앉고, 고요하고 부드러운 평온이 온몸을 감싼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당연해 보이는 일상의 감사함이 모든 것을 고요하게 만든다. 아픔을 견뎌내고 행복했던 날들.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보고 느끼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때로는 슬픔으로 때로는 희망으로 기록한 마음 이야기를 글로 옮겨 담아 전하는 사랑이다. 체리가 내 곁에서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이 순간. 나의 사랑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내가 꿈꾸는 브런치 작가의 삶이다.
어떤 사람을 충분히 면밀하게 바라보렴. 그러면 그에 대해 그 자신보다도 더 잘 알게 돼.
_헤르만 헤세. <데미안>
사랑은 서로의 아름다움을 알아본다. 보고 또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