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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노래 Dec 06. 2023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
오픈형 이어폰의 맛

FiiO FF1, FF3, FF5

2023년에 이어폰이라고 하면 귓속에 깊숙이 집어넣는 커널형(In-ear Type)을 말한다. 이런 커널 방식은 외부 소음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소음에 구애받지 않고, 이어폰이 보다 고음질로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커널형 이전에 주류였던 오픈형 이어폰은 귓구멍에 걸치는 형태였기 때문에 외부 소음이 그대로 들어왔고, 내가 듣는 음악 소리도 전부 바깥으로 새나가 주변인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 상태로는 아무리 음질을 뛰어나게 만들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이 되지 않았다. 고가의 오픈형 이어폰이 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세가 커널형이 되었지만 여전히 오픈형 이어폰만을 찾는 분들도 있다. 커널형 귓속에 뭔가 이물질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도저히 견딜 수 없거나 커널형 특유의 답답하고 꽉 막힌 사운드 대신 개방감있는 사운드를 원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이물질이 들어간 느낌은 며칠가지 않아 적응되기 마련이고, 답답하고 꽉 막힌 사운드 역시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커널형 이어폰이라 하더라도 고음 튜닝을 통해 그런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이유는 하나다. 오픈형 이어폰이 대세였던 그 시절의 사운드를 추억하기 위해 찾는 거다. 음질 면에서 좋을 수가 없는 턴테이블(LP), 진공관 앰프들이 특유의 감성으로 아직 건재한 것처럼 오픈형 이어폰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굳이 대세가 아닌 오픈형 이어폰을 만들고자 하는 제조사는 드물다. 곁다리 느낌으로 하나 내주는 정도이지 주력인 경우는 정말이지 희귀하다. 레트로 열풍이 불어 오픈형 이어폰도 찾는 사람이 이전에 비해 확실히 늘어났는데 마땅히 추천할 만한 오픈형 이어폰들이 있어 소개해본다. 


중국의 대형 음향기기 브랜드 FiiO에는 오픈형 이어폰 라인업 FF 시리즈가 있다. 피오는 1 - 3 - 5 - 7 - 9로 숫자가 커질수록 상급모델이 되는 체계를 갖추고 있고, FF시리즈는 현재 FF1, FF3, FF5의 세 모델만 선보인 상태다. 


각 모델의 금액은


FF1은 39,500

FF3은 156,000

FF5은 199,000


이다. 


이 모델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가격이다. 가격이 높은 만큼 더 성능이 좋은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나는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 '얼마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것인가' 이다. 오픈형 이어폰이 가장 왕성했던 그 시기의 사운드를 듣고 싶다면 FF1을 선택하면 되고, 오픈형 형태를 가졌지만 커널형이 들려주는 현대적 사운드를 원한다면 FF5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그 중간인 FF3는 과거와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배분해놓았다. 


이를 수치적으로 표현해본다면 


FF1 : 과거의 느낌 100%

FF3 : 과거의 느낌 60% + 현대의 느낌 40%

FF5 : 과거의 느낌 20% + 현대의 느낌 80% 


정도로 세팅되어 있다. 


만약 오픈형 이어폰을 찾는 분의 연배가 높다면 FF1의 떨어지는 성능에 오히려 이끌림을 느낄 수 있다. 아마 그건 향수일텐데, 오픈형 이어폰이 유행하던 그 당시에 나던 소리가 그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생각나는 유명 오픈형 이어폰 젠하이저 MX400이나 소니 E888와 비슷하다. 게다가 FF1의 가격 또한 그 당시 오픈형 이어폰 기준에 맞춰져있다. 당시는 10만원을 넘는 이어폰이 거의 없었고, 5만원 내외가 많았다. 



개인적인 추천은 FF3이다. 지금 기준에서 FF1의 해상력은 너무나 어둡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FF5는 너무 현대적이라 오픈형 이어폰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이 있다. 


피오 정도 되니까 극소수에 불과한 오픈형 이어폰 유저를 위한 라인업을 내놓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음향기기를 좋아하는 애호가로서 이렇게 소수를 배려해주는 제조사에 늘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피오의 FF시리즈는 이어폰 좋아하는 아재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하던데, 나는 '이어폰을 통해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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