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INZONE H7(G700)
내게 있어 게이밍 헤드셋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뭐니뭐니해도 착용감이다. 일단 머리에 뭔가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유를 속박하는 일인데 특히 게임을 하게 되면 높은 확률로 체온이 올라가므로 (똥손 + 지랄맞은 성격의 시너지) 착용감이 좋지 않으면 분노의 타깃이 스무스하게 헤드셋으로 옮겨가버린다. 그렇다. PC방 헤드셋들의 수명이 짧은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전에 5년 넘게 사용하던 게이밍 헤드셋이 Plantronics의 800HD라는 무선 게이밍 헤드셋이었다. (약 15만원) 진짜 착용감이 대박인 게이밍 헤드셋이었는데, 마이크를 올리고 내릴 때마다 지직거리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원래 들려야 할 사운드보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더 커져서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보내주고 똑같은 모델을 구매하려고 알아보았더니 이런 세상에 플랜트로닉스라는 브랜드가 더 이상 게이밍 헤드셋을 만들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부터 플랜트로닉스는 사무용 헤드셋 전문이었음) 이럴 줄 알았으면 몇 개 더 사재기 해두는건데...... 근데 생각해보니 어차피 아내가 허락해주지 않아 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수 많은 게이밍 헤드셋을 머리에 직접 써보고 고르고 골라 선택하게 된 것이 SONY INZONE H7(G700)이다. 근데 모델명이 H7이면 H7이고 G700이면 G700이지 왜 사람 헷갈리게 둘 다 써놓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 헤드폰은 800HD 만큼이나 착용감 점수가 높은 헤드셋이었다.
1. 착용감
머리통을 착 감싸는 실루엣, 가벼운 무게도 좋지만 진짜 대박인건 이어패드의 촉감이다. 보들보들한 실크 블라우스같은 느낌으로 아무리 오래 착용해도 부담이 없다. 다르게 표현하면 겨울에 전기장판 틀어놓고 솜이불을 덮은채 에어컨을 켜는 것 같은 거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극찬 표현이다.
2. 디자인
대부분의 게이밍 헤드셋들은 '나 좀 간지나는 머신 디자인' 라고 온 몸으로 외치고 있다. 아주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걔네들 다 좀 별로다. 난 그저 깔끔한 형태의 게이밍 헤드셋을 원할 뿐이다. 특히 여성분들이 착용했을 때 좀 더 예뻐보이는 효과가 있다. 아내가 이 헤드셋을 쓴 모습을 봤더니 확실히 이전 게이밍 헤드셋 800HD을 썼을 때보다 더 예뻐보였다. 혹시나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게이밍 헤드셋을 보고 있다면 이 제품 강추한다.
고양이 귀 달린 게이밍 헤드셋도 많이 보이는데 그건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들 용이고, 일반인은 H7 디자인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본다.
3. 소니 (손흥민 아님)
소니는 명실상부 포터블 하이파이계에서 가장 큰 브랜드이다. 기본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실력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뽑기 불량 확률이 적고, 만에 하나 불량을 뽑았다 해도 신속 정확한 처리를 받을 수 있다. 경험상 보장 기간내 AS 처리도 대인배스러운 편이다.
4. 사운드
소니가 명실상부 포터블 하이파이계에서 가장 큰 브랜드인 만큼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 그건 대중성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호불호 특성을 최소화해야한다. 소니의 사운드는 모나지 않고 늘 중간을 가는 그 정도로 튜닝이 되어있다. 게이밍 헤드셋으로 제한한다고 하면 분명히 상위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음질을 갖고 있다. 음감용 제품까지 다 포함해서 고려하면 중간 정도는 간다고 본다.
5. 형제 모델
소니 무선 게이밍 헤드셋은 H5, H7, H9 세가지가 있다. 이중에 H5는 온이어 타입이라고 귀를 완전히 감싸지 못하는 작은 이어컵을 갖고 있다. 귀가 원래부터 작은 분이라면 별 상관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온이어 타입은 오랜 착용시 귀를 짓누르는 고통을 선사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H9는 상급 모델답게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과 LED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훨씬 묵직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내는 강점이 있다. 그만큼 가격이 더 비싸고 무게도 더 무겁다. 그런데 사운드도 이만하면 됐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나 LED 기능이 전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H7으로 결정했다.
6. INZONE
게이밍 헤드셋의 목표는 사운드를 통한 가상현실 체험이다. 이걸 달성하기 위해 소니가 만든 게이밍 헤드셋 브랜드가 INZONE 인거다. 사실 소니의 입체음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PS5에서 템페스트 3D라는 공간 사운드 기능을 갖고 있는데 여태 체험해 본 그 어떤 기술보다 효과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에 걸맞게 H7도 별다른 입체음향을 먹이지 않아도 다른 게이밍 헤드셋에 비해 꽤나 넓고 자연스러운 공간을 표현해낸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템페스트 3D는 PS5 고유 기술이기 때문에 다른 기기에서는 쓸 수 없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C에서는 INZONE Hub라는 앱을 설치하여 공간 사운드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템페스트 3D보다 확실히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지원해주는데 감사해야 하지 않나 싶다.
7. 289,000원
전에 사용하던 800HD가 15만원 내외였기 때문에 이 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게이밍 헤드셋에 이런 금액을 태우는게 맞나 싶었다. (2023/12/12기준 네이버 최저가 24.3만, 정가 28.9만) 근데 결론적으로 금액을 떠나서 이런 착용감을 제공하는 게이밍 헤드셋 라이벌이 없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선택할 가치는 충분하고, 그 외의 나머지 모든 요소에서 아쉬운 점이 없어서 만족도는 아주 높은 게이밍 헤드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