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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노래 Dec 14. 2023

이어팁 두 쌍에 47300원?

Pentaconn Coreir

Pentaconn에서 Coreir라는 이어팁이 새로 나왔다. 가격은 두 쌍에 47300원. 역대 경험해보지 못한 금액이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 이어팁이라고 하면 3쌍에 15000 ~ 20000원 사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2쌍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이 되더니 이제는 2쌍에 4만 원도 넘는 제품이 나와버린 거다.  


치킨값이 3만 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주장이 떠오른다. 누가 이런 용단을 내린 것인가? 주인공은 펜타콘이라는 브랜드다. 펜타콘은 포터블 하이파이계에서 굉장히 빨리 인지도를 넓힌 브랜드로, 독자적인 규격을 좋아하는 일본 브랜드다. (예전엔 소니가 이러더만 또......)


이 브랜드의 가장 큰 업적은 4.4mm 밸런스 단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4.4mm 밸런스 단자를 아예 펜타콘 단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밴드의 대명사가 된 대일밴드나, 스테이플러의 대명사가 된 호치키스같은 경우라 하겠다. 이 4.4mm 밸런스 단자가 SONY DAP에 정식으로 채택되면서 펜타콘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다. 당시 시장에서 밸런스 단자 하면 Astell & Kern이 만들어 규격화한 2.5mm였는데 둘이 치열하게 싸우더니 결국에는 4.4mm 만 남게 되었다. 0프로의 점유율에서 100프로 점유율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또 이어폰과 케이블을 연결하는 커넥터도 펜타콘 이어 (P-Ear)라는 독자 규격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두 종류의 커넥터 2pin / mmcx의 단점을 개선한 단자지만 아직까지 채용한 이어폰 제조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런데 신규 기술에 우호적인 소규모 업체들이 하나둘씩 P-Ear를 달고 나오는 모양새다.


점유율이 0인 상태로 다른 제품과 호환도 안 되는 독자 규격을 시장에 공표하는 뚝심은 '내가 곧 기준이다'라는 배짱과 함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통한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 브랜드... 가격 부심도 장난이 아니다. 다른 이어 팁의 2배가 넘는 금액이 책정된 코레어는 무엇이 다를까?



그 차이는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보통 이어팁은 실리콘이나 스펀지(폼) 재질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이어팁은 안에 무려 황동관이 들어가 있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통과하는 관 부분만 다른 재질로 만드는 경우가 더러 있긴 했지만 금속이 들어간 건 처음 봤다. 세상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코레어는 현재 S(블랙) / MS(블루) / M(옐로) / L(핑크) 4개만 운용되고 있다. 아쉽게도 3개의 사이즈가 하나로 들어간 패키지는 없다. 나처럼 왼쪽 귀와 오른쪽 귀의 사이즈가 다른 경우에는 무려 10만 원에 가까운 거금을 투자해야만 한다. 다른 이어팁과 비슷한 가격이었다면 바로 결제해서 가져왔을 텐데.



코레어는 개성이 강한 이어팁으로, 사운드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1. 소리가 더 선명해진다. 음의 끝 부분이 또렷하게 들리며 끝까지 음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2. 무게 중심이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요새 대부분의 이어폰들이 고음을 강조하는 형태라 아래쪽이 부실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3. 아늑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마치 조명을 켠 듯한데, 색온도 기준으로 주광색(하얀색) -> 주백색(약간 노란색) -> 전구색(노란색)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사람에 따라서 주백색으로 느껴질 수도, 전구색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4. 무게 중심이 내려가는 데다 고음보다 저음이 강조되는 형태라 공간의 크기는 줄어든다. 사람에 따라서는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5. 소리를 더 탄력 있게, 쫀쫀하게 만들어준다. 음질은 뛰어나지만 음악성이 부족한 이어폰에 매칭하면 음악성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성비가 좋은 건 모르겠지만, 여태 들어봤던 다른 이어팁들과 차별되는 확실한 개성이 있고 그 성능 또한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이어팁 수집가라면 미소를 지을 소리다. 현재 가장 인기가 높은 이어팁은 국내 브랜드 아즈라(AZLA)인데 아즈라 입장에서는 꽤나 불편한 라이벌의 등장일 수밖에 없겠다. 과연 이어팁에서의 점유율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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