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리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Final VR500 & E500
파이널은 일본의 포터블 하이파이 전문 브랜드로서 1)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구성품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며 2) 유무선 이어폰 / 유무선 헤드폰 / 이어팁 / 케이블 등 다양한 제품군을 다루고 3) 엔트리급부터 플래그십까지 다양한 금액대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음악과 음향기기를 사랑하는 모두가 자기 여건에 맞추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A-Z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겠습니다.
파이널의 모든 제품명은 영문과 숫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문은 제품의 카테고리를 의미하며, 숫자는 제품의 등급을 의미합니다. 가장 낮은 숫자인 500은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학생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요. 돈이 없다 해서 사랑을 모르겠습니까. 돈이 없다 해서 좋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겠습니까.
파이널은 E500과 VR500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리고 가난한 자들이여, 내게로 오라"
E500과 VR500은 모두 유선 이어폰입니다. E500의 금액은 28,700원 / VR500은 49,800원으로 차이는 꽤 나지만 이 브랜드의 최고가 모델이 500만원이 훌쩍 넘는 것을 생각하면 둘 다 귀여운 수준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이 브랜드가 직접 개발하고 생산한 파이널 E 타입 이어팁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이어팁의 금액이 무려 2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이어팁을 산다 셈 친다면 정말 훌륭한 가성비입니다.
둘 다 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튀지 않고 심플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브랜드가 이런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고급스러움이 미친듯이 뿜어져나오거든요. 심플한 디자인과 더불어 크기 또한 작아서 아직 성장이 다 되지 않아 귀의 크기와 모양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도 구애받지 않고 착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포터블 하이파이 시장의 엔트리급은 거의 중국 브랜드 제품, 즉 차이파이로 점령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차이파이 브랜드 제품들은 사운드 측면에서 고음 위주 / 높은 해상력이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이들 차이파이 제품을 처음에 듣는다면 이런 낮은 금액에도 눈이 부실 만큼의 인상적인 해상력을 갖고 있다며 감탄할 수 있습니다만, 이런 소리는 금세 귀가 부담을 느끼거나 피로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파이널의 500 형제는 높은 해상력보다는 듣기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계열의 사운드를 갖고 있어 차별성을 가집니다. 반대로 차이파이 제품들에 비하면 무디고 어둡고 답답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소리의 밝기와 해상력 외에도 차이파이 제품들은 전반적으로 가볍고 경쾌한 사운드를 그리는 반면, 파이널 500 형제는 묵직하고 무게감 있는 사운드를 그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파이널 500 형제는 임피던스가 각각 16Ω, 18Ω으로 이어폰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낮은 출력으로도 높은 볼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높은 출력이 요구되는 편입니다. 보통 음량을 조금 크게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스마트폰 / 태블릿 기준으로 음량을 끝까지 올려야 만족할 것이고, 그마저 작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구동이 어렵다'는 것은 앰프를 통해 충분한 출력이 갖춰졌을 때에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성능은 높다는 말입니다. 요즘 간단하게 연결할 수 있는 동글 DAC/AMP가 굉장히 다양하고 낮은 금액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제품들의 구동력을 빌리면 제품의 등급이 상당히 많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500은 모든 목적에 부합하는 멀티 플레이어입니다. 기본적인 음악감상용, 영화 및 드라마 시청용, 뮤직비디오 감상용, 음성 통화용, ASMR이나 VR과 같은 특수 목적에도 모두 다 조금씩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모든 용도에 최소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제품을 학생으로도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그야말로 학생을 위한 이어폰이지요.
반대로 말하면 이 제품만의 특출난 점은 딱히 찝어내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이 제품은 부드럽고 따뜻하고 편안한 사운드 계통이라는 점에 더불어 유난히 헤드룸을 가득 메우는 밀도 높은 사운드가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VR500은 E500에서 소리의 방향감과 공간의 넓이를 확장한 버전입니다. VR이 Virtual Reality, 가상 현실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고 가장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가상 현실이 바로 게임이기 때문에 이 제품의 용도는 게임입니다. 사운드로 공간을 표현하고, 그 입체감과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2D 게임에는 별 효과가 없고, 3D 세계에서 주인공이 모험하는 그런 종류의 게임에 적합합니다.
이런 3D 세계에서는 화면 중앙에 주인공이 위치하기 때문에 주인공과 거리가 가까우면 소리가 크고, 주인공과 거리가 멀면 소리가 작아집니다. 즉, 소리가 중앙으로 갈수록 더 크고, 더 높은 밀도를 갖게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VR500은 이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VR500으로 이런 류의 게임이 아닌 다른 콘텐츠를 재생하게 되면 굉장히 이상하게 들리게 됩니다.
앞서 E500이 헤드룸을 가득채운 밀도감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는데 VR500은 공간의 특정 지점마다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관적이지 않고 들쭉날쭉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제품을 구입해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파이널의 500 형제는 가성비가 매우 훌륭한 미끼 상품입니다. 학생분들부터 차근차근히 팬으로 만들려고 하는 파이널의 큰 그림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지요. 각 제품만으로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고,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차이파이 이어폰과 다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유튜브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