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트업 회고록
나만의 스킬을 갖출 것!
나는 역량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소질과 능력을 의도적으로 두루뭉술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성격 상 공감과 설득은 잘 못하지만 말은 조리 있게 잘하는 편이라면 대강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췄다고 퉁쳐버리는 것이다. 하여튼 나도 이런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나의 장점은 드러내면서 약점을 숨기곤 했다.
그런데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서 나의 역량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전 직장은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추어진 곳이라 업무 효율화를 위한 지원과 방안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기획서와 보고서 등 여러 문서의 템플릿과 공동 업무를 위한 다양한 툴이 있어서 나는 형식보다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이런 지원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보니 업무에 따라 형식도 나 스스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서 작성 능력과 구조적인 사고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적인 예로, 과거에는 문서의 목차와 기본 양식이 다 정해져서 글만 잘 쓰면 되었는데 이제는 글의 순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하게 된 것이다. 나의 역량을 낱낱이 보게 되면서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따라해보며 본 받기로 했다. 문서를 잘 작성해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동료의 글을 보면서 글 양식을, 설명하는 순서를 계속 보고 따라 하였다. 아직은 내재화시키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내재화를 넘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by 피카소
최근에 IT 기업에서 교육과 HR 분야 현직자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HR 트렌드가 역량에서 스킬로 넘어가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채용 또한 역량보다 스킬에 중점을 두는 추세라고 하셨다. 어느덧 황금 연차로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시점, 나만의 스킬을 만들어 강점으로 갖춰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