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트업 회고록
정신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도 굉장히 소모가 많았던 6개월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응당 경험하는 긴장과 불편을 넘어서, 위태로움과 불안을 경험했다. 마치 협곡 사이에 건설된 지 오래되어 위태위태해 보이는 목재 철로 위를 폭주 기관차가 궤도를 따라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협업, 역량, 기업문화... 직장 생활을 하며 자주 접한 이 모든 단어가 낯설기만 했다. 익숙하던 것마저 새롭게 느껴지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사람은 좋아' vs '사람도 좋아'
함께 일하게 된 동료들한테 친절하고 예의 바른, 그저 좋은 사람의 이미지로 다가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가벼운 스몰토크로 회의를 시작하고, 슬랙에서도 겸손한 말투와 이모지를 놓치지 않고 라포를 잘 쌓아가면 일도 순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렇게나 나이브했다.
더군다나 입사와 동시에 바로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방향과 일정을 정한 후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였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확인할 때마다 동료들의 반응이 무척 딱딱하고 비협조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상처받고 동료들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결정하고 동료의 확인을 받으면,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일부는 수용했기 때문에 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나의 실수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구성원들이 일해온 방식을 잘 이해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했다는 것을 배웠다. 과거 프로젝트 중 유사한 프로젝트가 있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는지, 내 역할은 누가 담당했었고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였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직장에서의 라포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착한고 좋은 사람에게 느끼는 편안함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성실하게 충족시킬 때 경험하는 신뢰이다.
종종 친구가 본인 회사 사람을 설명할 때 '사람은 좋아~'라는 말을 하면 웃곤 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될 뻔한 것은 아닌지 마음 한편이 서늘해졌다.